주요 기사 요약
LG전자가 6일(현지시간) CES 2026에서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갖춘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했다. 클로이드는 세탁물 정리, 요리, 청소 등 실제 가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AI 기반으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정을 학습해 가전을 제어하는 AI 비서 역할도 한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제로 레이버 홈'(가사노동 해방) 비전을 구현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LG는 로보틱스 연구소 신설, Figure AI·AGIbot 등 글로벌 로봇 기업 투자 등으로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멋있는데, 정말 될까?
CES 2026 무대에서 공개된 클로이드의 영상을 봤을 때 첫 느낌은 단순했다.
“정말 멋있다.”
세탁기에서 나온 수건을 꺼내서 개켜 정리하고,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고, 식기세척기에 접시를 넣는 모습. 마치 집안일을 정말로 돕는 ‘누군가’가 집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 집에서 이렇게 작동할까?”
우리는 기술 마케팅의 함정을 알고 있다. CES 무대는 최적화된 환경이다. 밝은 스튜디오 조명, 완벽하게 정렬된 물건들, 테스트된 가사 시나리오들.
실제 삶은 다르다. 우리 거실은 어수선하고, 부엌은 복잡하고, 침실은 어둡다.
클로이드가 정말 할 수 있는 것들
먼저 객관적으로 분석해보자.
기술 사양
클로이드는 허리 각도를 조절해 105cm부터 143cm까지 높이를 변경할 수 있다. 약 87cm 길이의 팔로 바닥부터 높은 곳까지 물건을 집을 수 있다.
두 팔은 어깨 3가지(앞뒤·좌우·회전), 팔꿈치 1가지, 손목 3가지 등 총 7가지 구동 자유도를 갖췄다. 이건 사람 팔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섯 손가락도 각각 관절을 가져서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다.
하체는 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한다. 이미 LG 청소로봇 ‘LG Q9’에 축적된 기술이다.
머리는 AI 홈 허브 ‘LG Q9’ 역할을 한다. 자체 개발 VLM(시각언어모델)과 VLA(시각언어행동) 기술이 탑재됐으며, 수만 시간 이상의 가사 작업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한다.
사양만 보면 정말 강력하다.
실제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
세탁물 정리: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옷장에 넣기 요리: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조리하기 청소: 바닥 청소, 먼지 제거 설거지: 식기를 식기세척기에 넣기 도움: 운동할 때 물 건네주기, 지원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제로 가사노동”까지는 아니지만, “가사노동 30-40% 감소”는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내가 우려하는 5가지
1. 우리 집 환경에서 정말 작동할까?
CES의 임상적 환경과 우리 집은 다르다.
우리 거실 소파에는 쿠션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신발이 현관에 흩어져 있다. 아이 장난감이 바닥에 있다.
클로이드의 VLM(시각언어모델)이 “이건 어떻게 처리하지?”라고 판단하는 순간, 모든 게 멈춘다.
자율주행 청소로봇도 그렇다. 실제로는 매번 사용 전에 바닥을 정리해야 한다. 마치 청소기를 쓰기 전에 물건을 치우는 것처럼.
클로이드도 비슷할 거다. “로봇이 일을 하도록 집을 정리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 그럼 이게 “가사노동 해방”인지 “추가 가사노동”인지 모호해진다.
2. 가격이 현실적인가?
LG는 아직 가격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추정하는 가격대는 대략 2,000만원대부터 4,000만원대다.
생각해보자. 가정부를 고용하는 비용이 월 200-400만원이다. 클로이드 4,000만원은 10개월치 가정부 비용과 같다.
게다가:
- 유지비 (배터리 교체, 수리)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 (매년?)
- 전기료 (24시간 꺼놓지 않는다면?)
실제 총비용은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3. 안전성과 책임의 문제
클로이드가 세탁물을 세탁기에서 꺼낼 때, 혹은 오븐에 음식을 넣을 때 문제가 생기면?
아기나 노인이 집에 있을 때, 로봇이 움직이다가 실수로 넘어뜨리면?
LG가 책임질 것인가? 사용자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법적, 안전성 문제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국 규제도, 한국 규제도 정해지지 않았다.
첫 클로이드 사용자들은 “베타 테스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4. 배우는 비용도 있다
클로이드가 내 집에 와서 “자동으로” 일을 하지는 않을 거다.
초기 설정:
- “세탁물은 여기에 있다”
- “선호하는 온도는 몇 도다”
- “이 물건은 쓸모없으니 버려도 된다”
- “이 물건은 비싸니까 조심해라”
이 모든 걸 가르쳐야 한다. 마치 새 식구를 집에 들이는 것처럼.
그리고 “학습” 기간이 몇 개월은 걸릴 거다. LG는 “거주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동 설정과 재설정이 필요할 것 같다.
5. 가족 문화의 변화 필요
혼자 산다면 모를까, 가족이 있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아내는 세탁물을 “이렇게” 접지만, 남편은 “저렇게” 접는다. 엄마는 냉장고를 “이 방식으로” 정리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클로이드가 “엄마 스타일”로만 학습되면, 다른 가족 구성원은 불편해진다.
결국 “로봇 사용 방식에 가족이 맞춰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령 부모를 둔 성인 자녀들에게는 정말 도움될 수 있다
부모님이 80대라면, 무거운 빨래를 들어올리는 것만으로 근력이 필요하다. 이 경우 클로이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요”가 된다.
바닥 청소, 세탁물 정리, 가벼운 요리 도움 – 이 정도면 부모님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부모님 돌보느라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커링 아이(Caring daughter/son)” 문제도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심리적 여유를 준다
가사노동 100% 해결이 아니어도, “누군가 항상 일을 진행 중”이라는 느낌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출근 전: “클로이드가 세탁물을 정리해줄 거야” 퇴근 후: “이미 거실이 청소되어 있네”
이 정도면 저녁 시간의 피로도가 크게 달라진다.
기술 발전 관점에서는 정말 대단하다
VLM(시각언어모델)과 VLA(시각언어행동)를 탑재한 로봇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기술 진보다.
2-3년 전만 해도 “이게 현실이 될까?”라고 회의적이었는데, 실제로 공개된 영상을 보면 꽤 안정적이고 자연스럽다.
이건 5년 뒤, 10년 뒤 더 나은 로봇들의 출현을 의미한다.
현실적 예상: 언제쯤 실제로 구매할 수 있을까?
2026년 (내년): CES 데모 단계
클로이드는 여전히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CES 무대에서의 성능과 실제 가정에서의 성능은 다를 것이다.
2027-2028년: 얼리 어답터 단계
가격: 3,000-5,000만원 대상: 고학력, 고소득, 기술에 관심 많은 사람들 문제: 여전히 많은 버그, 불안정성, 학습 시간 필요
2029-2030년: 확산 단계 (진짜 현실적인 선택지)
가격: 2,000-3,000만원 (경쟁 제품 출현으로 인한 하향) 개선 사항: 안전성 증대, 사용자 경험 개선, 소프트웨어 안정화 한국 시장: 보험 상품 출현, 법적 프레임워크 정립
이 시점이 되면, 클로이드는 “선택적인 고급 가전”이 아니라 “현실적인 투자”가 될 것 같다.
내 예상: 5년 뒤, 클로이드는?
성공 시나리오:
- 세탁물 정리, 청소, 기본 요리 정도는 자동화
- 노인 가정, 장애인 가정의 필수 기기
- 단가 낮춘 엔트리 모델 출현 (1,500만원 대)
실패 시나리오:
- 기대보다 버그 많음, 사용자 만족도 낮음
- “로봇이 일을 제대로 안 하는데 맞춰 집을 정리하는” 아이러니
- 기술 발전 속도 생각보다 느림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
- 부분 성공: 세탁물 정리, 간단한 청소는 잘하지만, 복잡한 요리는 못 함
- 고령층 중심으로 채택됨 (가사노동 보조)
- 가격 약 2,000만원대로 안정화
- “완전 자동화”라는 기대는 현실화 안 됨
결론: 꿈은 좋은데, 현실은?
LG 클로이드는 확실히 기술적으로 대단하다. 5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 가사노동”은 과장이다. 더 정확히는 “가사노동 50% 정도의 자동화”가 현실적인 목표다.
그리고 그것도 조건부다:
-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
- 시간을 들여 로봇을 학습시켜야 한다
- 집 환경을 로봇에 맞춰야 한다
-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특히 고령 부모를 둔 사람들이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삶의 질 개선이 될 수 있다.
5년 뒤를 예상하면, 클로이드는 “꿈의 기계”가 아니라 “현실적인 가정용 로봇”으로 자리 잡혀 있을 거라고 본다.
가격이 내려가고, 기술이 성숙해지고, 경쟁 제품이 나타나면, 그때야 비로소 “가정 자동화의 진정한 시대”가 올 것 같다.
LG는 첫 발걸음을 잘 떼었다. 이제 남은 건 현실에서 그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