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회의록 자동 정리, 실제 회의 녹음으로 써본 결과

지난주 목요일, 두 시간짜리 프로젝트 리뷰 회의가 끝나고 나서 늘 반복되던 그 피곤함이 또 찾아왔다.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팀에 공유해야 하는데,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받아적을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날 문득 이걸 AI한테 맡기면 어떨까 싶어서, 실제 회의 녹음 파일을 그대로 넣고 회의록을 뽑아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기도 했고, 동시에 이건 아직 못 믿겠다 싶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평소 회의록 작성은 팀에서 돌아가면서 맡는 업무였는데, 매번 누군가는 회의 내용을 다시 들으며 한 시간 가까이를 쏟아야 했다. 이번에 직접 테스트해보면서 이 반복 작업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그리고 줄인 만큼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해보고 싶었다.

AI회의록
AI회의록

테스트에 사용한 회의와 조건

이번에 사용한 녹음은 참석자 다섯 명이 참여한 프로젝트 리뷰 회의였다. 회의 시간은 약 90분이었고, 중간에 여러 명이 겹쳐서 말하는 구간도 몇 번 있었다. 일부러 이런 조건을 그대로 둔 이유는, 실제 회의라는 게 늘 깔끔하게 한 명씩 순서대로 발언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 소음도 완전히 조용한 회의실이 아니라 사무실 한켠에서 진행된 터라 옆자리 소음이 살짝 섞여 있었다.

녹음 파일은 별도의 편집 없이 그대로 업로드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녹음 앱으로 바로 녹음한 파일을 그대로 쓰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노이즈를 제거하고 넣는 경우는 드물다는 걸 감안했다.

발화자 구분, 생각보다 정확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누가 말했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해내느냐였다. 이건 회의록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정확했다. 다섯 명 중 목소리 톤이 확연히 다른 세 명은 거의 완벽하게 구분해냈다. 다만 목소리 톤이 비슷한 두 명 사이에서는 몇 군데 발화자가 뒤바뀐 부분이 있었다. 특히 두 사람이 짧게 주고받는 대화가 빠르게 오간 구간에서 이런 오류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전체 90분 중 대략 대여섯 군데 정도였는데, 다행히 내용 자체는 정확했기 때문에 누가 말했는지만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AI_회의록작성하기
AI_회의록작성하기

핵심 내용 요약은 꽤 쓸만했다

전체 회의 내용을 요약한 부분은 확실히 시간을 아껴줬다. 90분짜리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 네 가지를 정확히 짚어냈고, 각 안건별로 어떤 결론이 났는지도 무리 없이 정리했다. 예를 들어 일정 지연 문제를 논의하면서 나온 두 가지 대안 중 어떤 걸 선택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까지 요약문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회의 중간에 나온 농담이나 잡담성 발언은 요약 과정에서 자동으로 걸러졌는데,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걸러주는 게 오히려 편했지만, 가끔 농담처럼 던진 말 속에 실제로 중요한 아이디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도 한 참석자가 지나가듯 말한 제안이 나중에 다시 논의될 만큼 괜찮은 아이디어였는데, 요약본에는 이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액션 아이템 추출에서 확인한 한계

회의록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기로 했는지를 정리하는 액션 아이템이다. 이 부분은 기대와 아쉬움이 동시에 있었다.

명확하게 언급된 액션 아이템, 그러니까 다음 주까지 A가 디자인 시안을 준비하겠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말한 부분은 정확하게 잡아냈다. 문제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부분이었다. 회의 중 이런 식으로 진행하죠라고 짧게 동의만 하고 넘어간 부분, 혹은 누군가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고 구체적인 담당자나 기한이 언급되지 않은 부분은 액션 아이템으로 잡히지 않았다. 결국 이런 암묵적 합의 사항들은 회의록을 검토하는 사람이 직접 채워 넣어야 했다.

전문 용어와 프로젝트 고유명사 처리

이번 회의에서는 사내에서만 쓰는 프로젝트 코드명과 몇 가지 기술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 부분에서 정확도가 다소 갈렸다.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 용어는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사내에서만 통용되는 프로젝트 코드명은 발음이 비슷한 다른 단어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를 부르던 별칭이 전혀 다른 일반 명사로 바뀌어 기록된 부분이 있어서, 회의록을 다시 훑어보며 고유명사만 따로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내 용어나 프로젝트명은 외부에 공개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AI가 처음부터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고유명사가 자주 등장하는 조직이라면, 회의 전에 자주 쓰는 용어 목록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절약된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결국 시간이었다. 예전 방식대로 녹음을 다시 들으며 직접 회의록을 작성했다면 아마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는 걸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녹음 파일을 올리고 결과를 받는 데 몇 분, 그리고 발화자 오류와 빠진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이십 분 정도가 걸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절반 이상의 시간을 아낀 셈이다.

다만 이건 검토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했듯이 발화자 구분 오류, 암묵적 액션 아이템 누락, 고유명사 오인식 같은 문제가 분명히 존재했다. 이런 부분을 그대로 넘기면 나중에 팀원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검토 단계는 반드시 남겨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무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쓰겠다

이번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정리한 활용 방식은 이렇다. 회의 녹음을 AI에 넣어 초안을 빠르게 뽑아낸다. 그다음 발화자가 헷갈리는 구간과 액션 아이템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시 들으며 확인한다.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듣는 게 아니라, AI가 표시해준 요약을 기준으로 애매한 부분만 골라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받아적는 것보다 훨씬 적은 시간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회의록을 완성할 수 있다.

마무리

실제 회의 녹음으로 AI 회의록 자동화를 테스트해본 결과, 완전히 사람 손을 떠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초안 작성 도구로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 명확하게 발언된 내용과 결론은 정확하게 잡아냈고, 전체적인 요약의 흐름도 자연스러웠다. 다만 발화자가 겹치는 구간, 암묵적으로 합의된 액션 아이템, 사내 고유명사 처리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검토가 필요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활용법은 AI에게 초안을 맡기고, 사람은 애매한 부분만 골라서 확인하는 역할 분담이다. 이렇게만 써도 회의록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걸 이번 테스트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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