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하면 이메일 확인하고, 스프레드시트 데이터 정리하고, 슬랙에 보고 올리고, 고객 정보 CRM에 옮기고. 이 루틴이 하루의 반을 잡아먹고 있다면, 자동화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거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막상 써보니 매일 반복하던 두세 시간이 그냥 사라지더라.
문제는 도구를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검색하면 n8n, Make, Zapier가 계속 나오는데, 다들 최고라고 하니 뭐가 다른지 감이 안 온다. 세 개를 다 써본 입장에서, 각 도구의 성격과 적합한 업무 유형을 솔직하게 풀어보겠다.
세 도구의 공통점, 결국 하는 일은 같다
n8n, Make, Zapier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서로 다른 앱을 연결해서 수동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것이다. “구글 폼에 응답이 들어오면 슬랙 알림을 보내고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한다” 같은 워크플로우를 코드 없이 만들 수 있다. 세 도구 모두 시각적 편집기를 제공하고, 트리거와 액션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따른다. 2025년부터는 세 도구 모두 OpenAI, Claude 같은 AI를 워크플로우에 통합하는 기능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무료 체험이나 무료 플랜도 공통이라 일단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차이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과 철학에서 갈린다.
Zapier, 가장 쉽고 가장 많이 쓰는 자동화의 대명사
Zapier는 2012년에 나온 원조 격 도구다. 핵심 강점은 한마디로 압도적으로 쉽다는 거다. “트리거 하나 → 액션 나열”이라는 직선형 구조 덕분에 개발 지식 없는 마케터나 영업팀도 10분이면 첫 자동화를 만든다. 연동 앱이 8,000개가 넘어서 세상의 거의 모든 SaaS와 연결된다는 것도 큰 무기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직선형 구조라서 복잡한 분기 처리에 약하고, “태스크” 단위 과금이라 워크플로우 안의 액션 하나하나가 돈이다. 3단계 워크플로우가 한 번 돌면 태스크 3개 소모. 자동화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Zapier는 비기술직 팀이 빠르게 단순한 자동화를 시작할 때 가장 빛나는 도구다.
Make, 시각적 파워와 합리적 가격의 균형
Make는 원래 Integromat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프라하에서 시작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Zapier의 쉬움과 n8n의 파워 사이 어딘가다. 가장 큰 특징은 캔버스 기반 시각적 에디터로, 넓은 화면 위에 모듈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연결한다. 라우터 모듈로 “이 조건이면 A, 저 조건이면 B”라는 병렬 분기를 시각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서 Zapier로는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워크플로우가 가능하다.
연동 앱은 약 2,400개로 Zapier보다 적지만 주요 비즈니스 도구는 대부분 커버한다. 가격이 확실히 매력적인데, 무료 플랜에서 월 1,000 오퍼레이션을 주고 유료는 월 9달러부터 시작한다. 같은 워크플로우를 Zapier로 돌리면 훨씬 비싸다.
단점은 처음 접하면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과 클라우드 전용이라 셀프 호스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Make는 어느 정도 자동화 경험이 있는 파워 유저에게 최적이다.
n8n, 개발자를 위한 궁극의 자유
n8n은 2019년 베를린에서 만들어졌고 이름은 nodemation의 줄임말이다. 2025년 기업 가치가 25억 달러까지 올랐다. 핵심 차별점은 오픈소스 기반의 셀프 호스팅이다. 자기 서버에 설치하면 실행 횟수 제한이 없다. 서버 비용 월 5~20달러만 내면 무제한 자동화가 가능하다.
워크플로우 설계도 가장 강력하다. 복잡한 분기, 조건부 로직, 에러 핸들링은 기본이고, 워크플로우 안에서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직접 실행할 수 있어서 사실상 못 하는 게 없다. AI 측면에서도 LangChain 네이티브 지원, AI 전용 노드 70여 개, 자체 LLM 연결까지 가능해서 프라이빗 AI 파이프라인 구축이 된다.
대가는 높은 진입 장벽이다. 셀프 호스팅하려면 도커, 도메인, SSL, DB 관리를 직접 해야 하고, 워크플로우 설계에도 자바스크립트 실력이 거의 필수다. 연동 앱도 코어 기준 400여 개로 적은 편이다. n8n은 개발 역량을 갖춘 팀이나 데이터 보안이 최우선인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과금 방식의 차이가 진짜 핵심이다
세 도구의 과금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Zapier는 액션 하나하나가 태스크로 과금된다. Make는 오퍼레이션 단위인데 Zapier보다 저렴하다. n8n은 실행 단위 과금으로, 워크플로우가 10단계든 상관없이 한 번 돌면 1 실행이다. Zapier에서는 같은 워크플로우가 태스크 10개를 잡아먹는다.
구체적으로, 4단계 워크플로우를 하루 100번 돌린다면 Zapier는 월 12,000태스크, n8n은 월 3,000실행이 필요하다. 셀프 호스팅이면 이 숫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데이터 보안, 이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자동화 도구는 여러 앱 사이에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역할이니까, 보안 이슈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Zapier와 Make는 클라우드 전용이라 데이터가 해당 서비스 서버를 거친다. 대부분의 환경에서는 문제 없지만, 의료나 금융처럼 데이터 주권이 엄격한 곳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n8n만이 셀프 호스팅을 지원한다. 자체 서버에서 모든 데이터가 처리되고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AI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때도 자체 LLM과 연결해서 완전 폐쇄형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에게는 이것만으로도 n8n을 선택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업무 상황별 이건 이걸 써라
비기술 부서에서 단순 자동화를 빠르게 시작하려면 Zapier다. 복잡한 분기 처리가 필요한 마케팅이나 운영 프로세스에는 Make가 잘 맞는다. 개발팀이 내부 시스템 자동화나 AI 워크플로우를 구축해야 한다면 n8n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다.
한 가지 팁을 더하면, 세 도구를 병행하는 팀도 많다. 간단한 건 Zapier로, 복잡한 프로세스는 Make나 n8n으로 구축하는 전략이다. 1인 사업자라면 기술 역량이 있으면 n8n 셀프 호스팅이 비용 면에서 압도적이고, 기술에 자신 없으면 Zapier로 시작해서 규모가 커지면 Make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루트다.
마무리
세 도구를 직접 비교해본 결론은 명확하다. 최고의 도구는 없고 나한테 맞는 도구만 있다. 팀의 기술 수준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금이 아니라 6개월 뒤의 자동화 규모를 예측하고, 데이터 보안 요건을 확인하라. 이 세 가지 기준으로 고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어떤 도구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매일 반복하던 단순 작업에서 해방되는 경험은 한 번 하면 절대 돌아가지 못한다. 세 도구 모두 무료 체험이 있으니 비교 글 백 개 읽는 것보다 직접 하나 만들어보는 게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