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컵값 따로 계산제, 정부가 놓친 5가지 현실적 문제

주요 기사 요약

정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국회에서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을 30% 감축하기 위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컵 따로 계산제’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쓸 때 영수증에 100~200원의 컵값을 따로 표시하는 제도다. 함께 플라스틱 빨대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할 때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카페 운영자들은 “정책이 현실성 없다”, “이건 개인카페 죽이기 정책”이라며 강한 반발을 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비슷한 정책(일회용 컵 보증금제)을 추진했다가 2022년 철회했던 경험이 있다.

정부가 현실을 모르는 증거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일회용 컵 가격을 영수증에 표시하면, 소비자가 컵 비용을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텀블러를 더 많이 쓸 것이다.”

정책이 맞다고 생각하면 강한 거다. 문제는 “소비자가 텀블러를 더 쓸 것이다”는 것이 정부의 희망사항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씨는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이 현실성 없고, 직원과 손님 간 싸움을 붙인다. 종이 빨대를 제공했다가 플라스틱 빨대를 달라는 고객과 싸운 경험이 있다.”

이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가게 현장에서 갈등을 만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울 성수동의 카페 오너 A씨는 더 직설적이었다:

“안 그래도 커피값이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데, 테이크아웃 커피마저 돈을 더 내고 사 먹으라고 하면 손님이 오겠느냐. 이건 개인카페 죽이기 정책이나 다름없다.”

이 한 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다.

정부가 놓친 5가지 현실적 문제

1. 비용 부담은 소상공인에게

정부는 “컵값이 이미 음료에 포함돼 있으니 실제 추가 비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맞다. 기술적으로 보면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본사에서 POS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준다. 다회용 컵 세척 기계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스타일리브” “할리스” “이디야” 같은 저가 커피 전문점과 개인 카페들? 이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필요한 것들:

  • 영수증 시스템 개편 (자체 비용 또는 POS 업체 비용)
  • 다회용 컵 세척 장비 구비 ($2,000-$5,000)
  • 직원 교육 및 고객 응대 매뉴얼 작성
  • 텀블러 세척 전용 공간 확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호진 사무총장이 지적한 게 정확히 이것이다:

“다회용컵 세척 장치, 영수증 별도 표시 같은 제반 시스템이 필요하다. 업주 비용 부담이 크다.”

정부는 “점주들과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2027년 시행을 예고하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2.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

정부는 “컵값 100~200원을 따로 보이면 텀블러를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심리학 관점에서 보자. 사람들은 “영수증에 따로 표시되는 것”과 “실제로 추가 비용을 내는 것”을 다르게 인식한다.

예:

  • 현재: 아메리카노 $5.00
  • 정부 정책 후: 아메리카노 $4.80 + 컵값 $0.20 = 총 $5.00

숫자적으로 같지만, 심리적으로는 다르다. 고객의 눈에는 “컵값이라는 숨겨진 비용이 드러났다”는 느낌이 든다.

결과?

특히 가격에 민감한 20대 초반 고객들, 회사원들은 “그럼 편의점에서 카페 음료를 사먹을까”라고 생각한다.

카페 문화가 발달한 서울 강남과 달리, 인천, 대구, 부산의 소규모 카페들은 이미 마진이 얇다. 고객 이탈 10%는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3.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 피로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문재인 정부 (2022년):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300원 보증금)
  • 전국 확대 예정 → 소상공인 반발 → 2023년 중단

윤석열 정부 (2023-2024년):

  • 실질적으로 규제 완화

이재명 정부 (2025년):

  • “컵 따로 계산제” (새로운 정책)
  • 플라스틱 빨대 금지

카페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자. 3년 만에 정책이 세 번 바뀐 거다.

프랜차이즈였다면 본사의 지시만 따르면 되지만, 개인 카페는?

매번 새로운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응대 방식도 바꿔야 한다.

한 빨대 제조업체 대표가 토론회에서 한 말:

“일회용품 규제가 너무 자주 오락가락한다.”

이 한 마디는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 없는지를 보여준다.

4. 빨대 정책의 이중성

정부는 이번에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빨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왜일까?

2022년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 당시, 종이 빨대 제조 회사들이 대박을 했다. 그런데…

종이 빨대는 물을 먹는다. 오래 사용하면 불편하다. 그래서 특수 코팅이 필요하고, 비용이 플라스틱보다 비싸다.

결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엔 “모든 빨대 금지”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있다. 노인, 장애인, 아이들은 빨대가 필요한데, “요청할 때만 제공”이라는 게 실질적으로 언제부터 시행되는가?

또 “너 빨대 있어?”라고 물어봐야 한다는 게 자체가 불편하고 불편함은 결국 점주와 직원에게 갈등을 만든다.

5.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정부는 “2030년 폐플라스틱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컵값을 따로 표시하는 것만으로 이것이 가능할까?

현실:

  • 경기도청사 카페 조사 결과, 일회용 컵 사용 비율 92.07%
  • 다회용 컵이 설치되어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회용 컵을 쓴다

왜?

일회용 컵이 “편하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따로 가져야” 하고, “세척해야” 하고, “집에 두고 가서” 다시 사가지고 와야 한다.

정부는 “텀블러를 쓰면 100~200원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이건 인센티브가 아니라 “원래가격 환원”이다.

실제로는 일회용 컵 사용자가 추가 비용을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결국 불공평한 느낌이 든다.

정부가 해야 할 진짜 일

정부가 원천적으로 해야 할 일들:

1단계: 다회용 컵의 진정한 인센티브

“텀블러를 가져오면 300원을 깎아준다”가 아니라, “카페 네트워크와 협력해서, 어떤 카페에서 세척할 수 있는 다회용 컵 시스템을 만든다”

예: 강남역의 카페에서 받은 다회용 컵을 강남역 다른 카페에서도 세척할 수 있는 시스템.

지금도 일부 카페에서 이런 시도가 있지만, 정부는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지 못했다.

2단계: 기업의 책임 강화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먼저 움직이게 하라.

“스타벅스” “카페 베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의무적으로 다회용 컵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 다음에 중소형 카페들이 따라온다.

정부가 모든 카페에 동시에 부담을 주는 건 비효율적이다.

3단계: 정책의 일관성

3년마다 정책을 바꾸지 말자.

2027년 시행한다고 했으면, 최소 10년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할 가치가 있다.

정부가 “정책 협의”라며 여론을 보고 오락가락 하는 건 현장 혼란만 만든다.

결론: 환경이 중요한가, 소상공인이 중요한가?

이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환경도 중요하고, 소상공인도 중요하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환경”이라는 대의 명분 하에 현실적인 대책 없이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는 거다.

경기도청사 카페의 92%가 여전히 일회용 컵을 쓰는 이유가 뭘까?

“불편해서”

정부의 모든 정책이 단순히 “비용을 노출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사람들은 더 저렴한 곳을 찾아간다. 편의점 아이스커피는 여전히 일회용 컵이고, 훨씬 싸다.

진정한 해결책은?

“다회용 컵을 쓰는 것이 더 편하고, 더 저렴하고, 더 나은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것”

이건 규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영수증에 컵값을 따로 표시하자”는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

정책의 진정한 목적이 “환경 보호”라면, 좀 더 현실적이고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탁상행정”이라는 이 대통령의 비판이 정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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