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요약
국민연금 조기수령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조기연금이 정답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베이비부머 세대 중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10만 1385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조기수령 시 1년당 6% 감액되어 5년 당기면 30%가 영구적으로 깎인다. 손익분기점은 72세로, 정상연금을 65세부터 받은 사람이 72세가 되는 해에 누적수령액이 역전된다. 65세인 사람의 평균기대수명이 84세인데, 84세까지 산다면 5% 투자수익률을 거둬도 78세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하며 정상연금 대비 7000만 원을 손해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아버지가 신청 서류를 들고 왔다
“종이를 봐. 조기연금 신청서야.”
아버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서류를 펼쳤다. 58세에 회사를 나왔고, 이제 7년을 더 버텨야 정상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다.
“7년은 너무 길다. 지금 받으면 얼마나 줄어?”
“한 30% 정도?”
그것뿐이 아니었다.
“지금 받으면 처음 7년간은 조기연금을 받는데, 그 다음에 정상 연금 나이가 되면 다시 기다려야 해. 그리고 평생…”
평생이다. 한 번 조기수령을 선택하면, 사망할 때까지 30%를 덜 받는다.
이 결정은 지금 당장의 형편보다, 앞으로 20-30년의 노후를 결정한다.
너는 왜 조기수령을 고민하니?
아버지가 조기수령을 고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월세 6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더는 못 버티겠다.”
회사를 나온 후 작은 일들을 하며 벌던 돈이 끝났다. 저축도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국민연금이 없다.
“정상 연금을 받으면 한 달에 얼마예요?”
국민연금공단에 확인해보니, 아버지의 예상 정상 연금액(65세 기준)은 월 100만 원대였다. 물론 이건 가입 기간과 소득에 따라 달라지지만.
월 100만 원. 그게 평생.
그런데 지금 조기로 받으면?
월 70만 원. 역시 평생.
30만 원의 차이. 한 해에 360만 원.
5년, 10년… 계속된다.
진짜 손익분기점은 72세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조기로 7년을 받으니까, 정상으로 받는 사람과 누적액이 비슷하지 않을까?”
수학으로 계산해보자.
정상 연금(월 100만 원) 기준:
- 65세부터 시작
- 71세까지 누적: 7년 × 12개월 × 100만 원 = 8400만 원
- 72세에: 8400만 원 + 100만 원 = 8500만 원
조기 연금(월 70만 원) 기준:
- 58세부터 시작
- 71세까지 누적: 13년 × 12개월 × 70만 원 = 1억 920만 원
- 72세에: 1억 920만 원 + 70만 원 = 1억 990만 원
“어? 조기 연금이 더 많잖아?”
맞다. 71세까지는 조기 수령이 훨씬 유리하다.
근데 72세가 되는 순간?
- 정상 연금 누적(72세): 8400만 원 + 100만 원 + 100만 원 = 8600만 원
- 조기 연금 누적(72세): 1억 990만 원 + 70만 원 + 70만 원 = 1억 1130만 원
아직도 조기가 많다. 하지만 이제부터 매달 30만 원씩 차이가 벌어진다.
73세, 74세, 75세…
점점 역전된다.
80세가 되면?
- 정상 연금: 약 2억 원
- 조기 연금: 약 1억 9500만 원
조기 연금이 5000만 원을 손해본다.
85세가 되면?
- 정상 연금: 약 2억 1500만 원
- 조기 연금: 약 2억 원
조기 연금이 1500만 원을 손해본다.
투자로 5% 수익을 거둬도?
“그럼 조기로 받은 돈을 투자하면 어때?”
이것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다.
조기로 받은 월 70만 원을 펀드에 넣고 5% 수익을 거둔다면?
계산은 복잡하지만, 전문가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손익분기점이 78세로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조기 수령이 손해다.
왜냐하면 정상 연금을 받는 사람은 연금을 그냥 쓸 수 있는데, 조기 연금을 받는 사람은 그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금융위기가 오면? 펀드가 망하면? 돈을 잘못 굴려서 손해가 나면?
그래서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기 연금으로 투자해서 남는 장사를 하는 건 대부분 실패한다.”
그럼 결국 손해인가?
지금까지의 계산을 보면 그렇다.
72세 이후로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정상 연금이 유리하다.
평균 기대수명이 84세인데, 84세까지 산다면 조기 연금은 명백한 손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너는 84세까지 살 거라고 확신하니?”
건강이 좋지 않다면?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그럼 72세까지 못 살 확률도 있다.
72세 이전에 세상을 떠난다면, 조기 연금을 선택한 게 정답이다.
돈을 받았으니까.
반대로, 아버지가 정말 건강하고 100세까지 산다면?
조기 연금은 재앙이 된다. 30년을 30% 줄인 돈으로 살아야 한다.
실제로는 더 복잡하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문제
아버지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하려면?
연간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정상 연금 월 100만 원이면 연간 1200만 원. 기준 이하다.
그런데 조기 연금을 받으면 월 70만 원. 연간 840만 원.
더욱 안전하다.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가족이 많으면 이게 중요할 수 있다.
재산이 있나?
만약 아버지가 집을 팔 수 있다면?
또는 목돈이 있다면?
조기 연금은 필요 없다.
그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게 없었다.
“집은 어머니 이름이고, 돈은 남은 게 없어.”
가족 상황은?
아버지 외에 어머니도 함께 산다.
어머니의 국민연금은 없다.
그럼 아버지의 연금이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월 70만 원으로는 부족하지만, 지금 안 받으면 7년을 더 버텨야 한다.
그 7년 동안 어떻게 살지?
결론: 서둘러야 할 결정이 아니다
아버지의 경우, 조기수령은 “손해인가 이득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지금 이 70만 원이 필요한가?” “다음 7년을 버틸 방법이 있는가?” “내 건강은 어느 정도인가?” “배우자는 어떻게 되는가?”
이런 질문들의 답이다.
정상 연금이 더 이득인 건 맞다. 72세 이후로는 확실히.
하지만 “72세 이후”는 “지금부터 14년 후”다.
14년을 버틸 수 있다면 정상 수령을 해야 한다.
못 버티면? 조기수령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지금 사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어떻게 할까?
결국 아버지는 신청서를 보냈다.
조기수령으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자리를 또 구해보겠다. 월 50-60만 원만이라도 벌 수 있으면, 조기 연금과 합쳐서 130-140만 원. 그럼 될 것 같다.”
조기연금 단독으로는 부족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함께하면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정상 수령까지 7년.
그 7년 동안 일해서 저축을 한다면?
아니면 어머니와 함께 지낼 다른 방법을 찾는다면?
조기수령이 악수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70% 연금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버틸 수 있다면, 그것도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