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사망사고, 왜 반복되는가? 우유주사의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치명적 진실

간단한 시술이라고 했다. 수술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일상적인 병원 방문이었다. 마취 주사 한 방이면 금방 끝난다는 설명을 들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별탈 없이 같은 과정을 거쳐왔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프로포폴이 투약된 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이 30분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됐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뉴스에서 종종 접한다. 그때마다 잠깐 놀라고, 잠깐 안타까워하다가, 곧 잊어버린다. 하지만 솔직히 생각해보면,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수면내시경을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성형외과에서 간단한 시술을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포폴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약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많은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한번 제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로포폴, 도대체 어떤 약이길래

프로포폴은 의료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맥 마취제 중 하나다. 하얀 우유빛 액체라서 흔히 ‘우유주사’라고 부르는데, 이 별명이 왠지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친근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이 약은 전신마취를 유도하거나 유지할 때 사용하는 약물이다. 수면내시경이나 성형수술 같은 비교적 가벼운 시술에서도 진정 목적으로 투약된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식을 빠르게 떨어뜨리는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겨우 1~2분이면 충분하고, 지속 시간도 짧아서 깨어나는 것도 빠르다. 이렇게 보면 정말 효율적이고 편리한 약 같다.

문제는 이 약이 주는 부수적인 느낌에 있다. 프로포폴을 맞고 깨어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깊이 잔 것 같다”,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다”, “기분이 너무 좋다.” 마치 최고급 호텔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감각이 바로 사람들을 중독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미끼다. 의학적으로 ‘다행증’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단순한 마취 효과를 넘어서 심리적 의존을 만들어낸다.

내가 이 약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로포폴은 호흡 억제와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게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 이런 가장 기본적인 생명 유지 기능이 약물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 의료진의 면밀한 감시 아래에서는 대부분 안전하게 관리되지만, 그 감시의 끈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는 순간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마이클 잭슨이 남긴 경고

프로포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다. 2009년 6월, 그는 런던 컴백 공연을 코앞에 두고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프로포폴과 벤조디아제핀 급성 중독이었다.

잭슨의 주치의였던 콘래드 머레이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잭슨에게 매일 밤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사망 당일에도 여러 종류의 수면 관련 약물을 줬지만 잭슨이 잠들지 못하자, 결국 프로포폴까지 투약했다. 머레이는 잭슨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비웠는데, 돌아와 보니 잭슨은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머레이가 응급 상황을 인지하고도 즉시 911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증언에 따르면 그는 약물 도구를 숨기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다.

나는 이 사건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분노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 세계 최정상의 팝스타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었을 사람이, 정작 자신의 불면증 하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약물에 기대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머레이는 결국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는 “잭슨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 사람이 머레이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잭슨에게 약물을 처방해줄 의사를 여러 명 찾아다니던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프로포폴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도 이 사건 이후 프로포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결국 2011년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게 된다.

한국 연예계를 관통하는 프로포폴 그림자

한국에서도 프로포폴은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약물이 됐다.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중의 반응이 묘하게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연예인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배우 유아인의 경우다. 약 1년 반 동안 181차례나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수면 마취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횟수 자체가 정상적인 의료 행위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유명 연예인들이 프로포폴 관련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주목하고 싶은 건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포폴 문제를 연예인들의 일탈로만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프로포폴 오남용은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불면증을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를 이유로, 그 기분 좋은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프로포폴 관련 사건사고가 2008년 이후 매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내시경 할 때 맞는 그 주사 아니야?”라며 가볍게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형외과 수술대 위의 비극들

연예인들의 오남용 문제 뒤에 숨겨진, 어쩌면 더 끔찍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프로포폴 관련 사망사고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 투약 후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흡입 수술 중 10시간 넘게 프로포폴을 맞다가 깨어나지 못한 10대 환자, 피부 시술을 위한 수면마취 도중 심정지가 온 30대 환자, 안면윤곽수술 중 사망한 20대 환자까지. 이런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대부분 동네 의원급 1차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는 특수한 구조가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1차 의료기관에서도 독립적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이 말은 곧, 종합병원 수준의 응급 장비나 마취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프로포폴을 사용한 시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의원이 위험하다는 말은 아니다. 제대로 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 존재하고, 그런 곳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내가 특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은, 이런 사고가 발생한 후의 과정이다. 유가족들은 대부분 의료 소송이라는 긴 터널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싸움이 결코 쉽지 않다. 병원과 환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의료진이 어떤 판단을 내렸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환자 측에서 온전히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수술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진실을 밝히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법원은 왜 유가족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최근 한 판결이 내 눈길을 끌었다. 성형외과에서 가슴 이물질 제거 수술을 받다가 프로포폴 투약 후 30분 만에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유가족의 주장을 전부 기각한 것이다. 법원의 논리는 이랬다. 수술 전 기본 검사는 실시됐고, 급성심장사의 정확한 원인이 프로포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는 마취 후 발생한 급성심장사 추정이라는 소견과 함께, 환자의 가슴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나왔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고령, 동맥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료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판결을 보면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법적으로 보면 법원의 판단이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은 원고 측, 즉 환자 측의 몫이고, 이 입증 기준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인간적인 시각에서 보면, 병원에 살아서 들어간 사람이 30분 만에 사선을 넘나들다가 결국 숨졌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과연 정의로운 결과인지 의문이 든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지적한다. 유가족 측이 사전 검사의 부적절함만 문제 삼았는데, 오히려 프로포폴 투여 용량이나 속도의 적절성, 환자의 나이와 상태를 고려한 감량 여부, 시술 과정에서의 모니터링 충실도, 설명의무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어야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55세 이상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일반 성인 기준보다 용량을 상당히 줄여야 한다는 의학적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의료 소송은 감정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의학적 근거와 법적 논리를 정밀하게 결합해야 하고, 특히 프로포폴처럼 약물 특성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약물학적 관점에서의 분석이 필수적이다.

에토미데이트, 제2의 프로포폴이 되려 하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관리가 강화되자, 그 빈자리를 노리는 약물이 등장했다. 바로 에토미데이트다.

에토미데이트는 원래 응급 수술이나 산부인과에서 마취 유도 목적으로 쓰이는 약물인데, 프로포폴 중독자들이 대체재로 이 약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 내과 의사가 ‘수면병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수천 회 투여하며 수십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당국은 2025년 2월부터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보면 느끼는 게 있다. 규제가 하나 생기면 그 틈새를 파고드는 새로운 문제가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 프로포폴을 막으면 에토미데이트가 나오고, 에토미데이트를 막으면 또 다른 약물이 나올 수 있다. 결국 개별 약물에 대한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약물 의존의 근본 원인, 즉 현대인의 불면증과 스트레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술실 안전,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포폴이 무조건 위험하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약 자체는 의학적으로 훌륭한 마취제이고, 전문 의료진의 관리 아래에서는 대부분 안전하게 사용된다. 중요한 건 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환경인지를 우리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한다. 수술이나 시술을 받기 전에 반드시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마취 담당 의사가 누구인지, 시술 중 환자의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할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응급 상황 시 대응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까다로운 환자가 되는 게 아니다. 내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이전에 마취 관련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프로포폴 투여 용량이 줄어들어야 하고, 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의사가 이런 부분을 먼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환자 스스로가 물어봐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집중력 저하나 환자 프라이버시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 분쟁 시 증거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필요한 제도다. 실제로 수술실 CCTV가 있었기에 의료사고의 진실이 밝혀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마무리 — 30분이 누군가의 영원이 되지 않으려면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숫자가 있다. 30분. 병원에 살아서 들어간 사람이 고작 30분 만에 사선을 넘나들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30분이 한 가족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는 것.

프로포폴은 양날의 검이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고마운 약이지만, 관리가 소홀하거나 오남용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든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도, 한국에서 반복되는 성형외과 사망사고도, 그리고 법정에서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허탈해하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도, 모두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우리 사회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에토미데이트까지 마약류로 관리하는 등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기관의 안전 관리 강화, 환자 스스로의 정보 습득과 자기 방어, 그리고 약물 의존의 근본 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함께 가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뉴스 한 줄에 불과한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꾸는 30분이 될 수 있다. 그 30분이 누군가의 영원한 이별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프로포폴이 주는 달콤한 잠에 속지 말자. 진짜 편안한 잠은 약물이 아니라, 안전한 의료 환경과 건강한 생활 습관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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