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클로(OpenClaw) – 챗봇을 넘어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생성형 AI를 꽤 오래 써왔다.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 클로드가 코딩을 도와줬을 때의 감탄. 매번 새로운 AI가 나올 때마다 “이번엔 진짜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좀 다르다. 오픈클로(OpenClaw)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또 하나의 챗봇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일을 한다. 이메일을 정리하고, 캘린더를 관리하고, 심지어 항공편 체크인까지 대신 해준다. 최근 이 프로젝트의 창시자가 오픈AI에 전격 영입되면서 AI 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2026년이 진정한 AI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오픈클로가 그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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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클로가 도대체 뭔가요

오픈클로는 한마디로 “사용자 대신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다. 기존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PC에 직접 접근해서 메일을 보내고, 파일을 관리하고, 웹을 검색하고, 코드를 실행한다. 비슷한 방향을 이야기하는 빅테크 제품들은 많았지만, 오픈클로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완전한 오픈소스라는 것이다.

누구나 코드를 보고 수정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자체는 무료이고, 사용자가 부담하는 건 오직 LLM 모델의 API 사용료뿐이다. 클로드, GPT, 딥시크 등 어떤 모델이든 API 키만 있으면 연결할 수 있어서,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 유연함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핵심 이유다.

오픈클로의 탄생과 세 번의 이름 변경

오픈클로의 원래 이름은 2025년 11월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공개한 ‘클로드봇(Clawdbot)’이었다. PSPDFKit 창업자로 이미 유명했던 그가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 바이브 코딩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이름이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로 상표권 문제가 불거졌고, 법적 조치까지 경고받았다. 2026년 1월 27일, 바닷가재가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의 ‘몰트봇(Moltbot)’으로 바꿨지만 입에 잘 붙지 않아 사흘 만에 다시 ‘오픈클로(OpenClaw)’로 변경했다. 두 달 사이 세 번의 개명이라니, 이 우여곡절 자체가 프로젝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앤트로픽이 결과적으로 오픈클로를 경쟁사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

핵심은 로컬 게이트웨이라는 구조다. 사용자의 맥이나 서버, 심지어 라즈베리 파이에서도 구동되는 이 게이트웨이가 LLM 모델, 사용자 도구, 메시징 플랫폼 세 가지를 연결한다. 왓츠앱이나 텔레그램으로 “오늘 받은 메일 중 스팸 정리해줘”라고 보내면, 오픈클로가 실제로 이메일에 접속해서 처리한다.

지원하는 메시징 플랫폼이 방대하다. 왓츠앱, 텔레그램, 슬랙, 디스코드, 시그널, 아이메시지, 팀즈 등 거의 모든 주요 메신저를 커버한다. 별도의 앱 없이 이미 쓰는 메신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macOS와 모바일 컴패니언 앱을 통한 음성 명령도 가능해서, 시리나 알렉사처럼 말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오픈클로의 핵심 특징

오픈클로가 다른 AI 도구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들이 있다. 하나씩 짚어보자.

첫 번째는 대화 중심(Conversation-first) 설계다. 대부분의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설정 파일이나 대시보드를 먼저 만져야 하는 반면, 오픈클로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설정조차 대화로 한다. “이메일 연동해줘”라고 말하면 알아서 절차를 안내하고, 필요한 권한을 요청한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진입 장벽이 확 낮아지는 지점이다.

두 번째는 영속적 메모리(Persistent Memory)다. 오픈클로는 이전 대화와 상호작용을 기억한다. 오늘 내가 “매주 금요일마다 주간 보고서 요약해줘”라고 말하면, 다음 주 금요일에도 알아서 실행한다. 단발성 질의응답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잘 이해하는 비서가 되어가는 구조다. 사용자 습관에 맞춰 개인화되는 이 특성이 초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멀티 에이전트 라우팅이다. 하나의 게이트웨이에서 여러 개의 독립된 에이전트를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무용 슬랙에는 코딩 전문 에이전트를, 개인 텔레그램에는 생활 관리 에이전트를 각각 연결하는 식이다. 에이전트마다 별도의 워크스페이스와 세션이 분리되기 때문에, 업무 데이터와 개인 데이터가 섞이지 않는다.

네 번째는 로컬 퍼스트 아키텍처다. 모든 데이터 처리가 사용자의 기기에서 이루어진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선택의 이유가 된다. 물론 외부 LLM API를 쓰면 프롬프트가 해당 서버로 전송되긴 하지만, 로컬 모델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라면 완전한 오프라인 운영도 가능하다.

오픈클로의 장점

그렇다면 오픈클로를 실제로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나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장점은 비용 구조다. 챗GPT 플러스가 월 20달러, 클로드 프로가 월 20달러인 세상에서 오픈클로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무료다. API 사용료만 내면 되는데, 실제로 써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월 몇 달러 수준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딥시크 같은 저렴한 모델을 연결하면 비용이 더 내려간다.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에게는 이 차이가 크다.

두 번째 장점은 벤더 종속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클로드가 성능이 좋으니까 클로드를 쓰다가, 내일 GPT 쪽이 업데이트되면 바로 갈아탈 수 있다. “오늘은 이 모델, 내일은 저 모델”이 가능한 구조다. AI 모델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서비스에 묶이지 않는다는 건 상당한 이점이다.

세 번째는 자동화의 깊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 아니라, 복합적인 워크플로를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한 개발자는 잠자는 동안 오픈클로가 코딩 에이전트를 돌려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사용자는 노션과 연결해서 주간 식단 계획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매주 가족의 한 시간을 절약하게 됐다. 커피 사러 간 사이에 라라벨 앱을 완성한 사례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과장이 아닌 게, 오픈클로의 24시간 상시 가동 특성 때문에 사용자가 자는 동안에도 작업이 계속된다.

네 번째는 커뮤니티의 힘이다. 깃허브에서 19만 개 이상의 별을 받았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매일 새로운 스킬과 통합을 추가하고 있다. 중국 개발자들은 딥시크 모델과 자국 메신저 앱에 연동되도록 커스터마이징했고, 문샷AI의 키미 플랫폼에도 공식 탑재됐다. 혼자 쓰는 도구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킬 시스템이 진짜 강점

오픈클로의 확장성 중심에는 ‘스킬(Skills)’ 시스템이 있다. 특정 기능을 모듈화한 것으로, 클로허브(ClawHub) 레지스트리를 통해 100개 이상이 제공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스킬을 가져다 쓸 수도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더 놀라운 건 오픈클로가 필요한 스킬을 스스로 코딩해서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점이다.

50개 이상의 외부 서비스와 통합되어 있다. 노션, 옵시디언, 깃허브, 트렐로 같은 생산성 도구는 물론이고, 스마트홈 기기 제어까지 가능하다. 한 사용자는 공기청정기를 연결해서 바이오마커에 맞춰 실내 공기질을 자동 최적화했다고 한다. 단순 AI 비서를 넘어 스마트홈 허브 수준이다.

오픈AI 합류와 에이전트 전쟁의 서막

2026년 2월 15일, 샘 알트먼이 슈타인버거의 영입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건 메타의 저커버그가 직접 왓츠앱으로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일주일간 오픈클로를 직접 써보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메타가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슈타인버거는 비전을 택했다.

핵심은 투트랙 전략이다. 오픈클로 프로젝트는 독립 재단으로 오픈소스를 유지하고, 슈타인버거는 오픈AI에서 차세대 에이전트 개발을 이끈다. 오픈클로의 철학을 가져가되 오픈AI의 인프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도다. 배경에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와 클로드 코워크에 밀리고 있다는 오픈AI의 위기감도 있다.

하지만 xAI 공동 창립자가 지적한 것처럼 “거대 기업 소유 서비스에 모든 데이터를 넣는 것은 오픈클로의 근본적 의미를 없애는 것”이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오픈소스의 자유로운 확장성이 폐쇄적 기업 안에서 유지될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

보안 문제

오픈클로의 가장 큰 약점은 보안이다. 에이전트에게 PC의 루트 권한을 부여하고 샌드박스 없이 코드를 실행하게 하는 구조가 강력한 성능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취약점이기도 하다. 가트너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사이버 보안 위험”으로 규정했고, 시스코 AI 보안팀은 “보안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우려되는 건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이다. 악성 지시문이 이메일이나 웹페이지에 숨겨져 있을 때, 오픈클로가 이를 처리하며 의도치 않은 행동을 실행할 수 있다. 기업 환경에서 실제로 쓰려면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고, 바로 이 부분이 슈타인버거가 오픈AI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픈클로가 특별한 이유, 그리고 한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결국 다른 AI 모델을 감싸는 래퍼 도구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기존 기능들의 점진적 개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는 거다.

하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기존 기능들을 체계화하고 결합해서 자율적 작업이 가능한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AI 개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LLM 호출이나 API 연동, 스킬 시스템 하나하나는 이미 있던 것들이다. 이것들을 하나의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으로 엮어낸 것, 그것도 오픈소스로 해냈다는 게 진짜 가치다. 혁신은 항상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에서 나온다. 아이폰이 그랬고, 테슬라가 그랬듯이.

마무리

오픈클로가 AI 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이제 “말하는 도구”에서 “행동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슈타인버거의 오픈AI 합류는 이 전환의 상징이다. 챗GPT 출시 이후 이어진 생성 AI의 패러다임이 에이전트 시대로 넘어가고 있고, 2026년은 그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안 문제라는 난제가 남아있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힘으로 AI 에이전트의 미래가 반드시 빅테크의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만 올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오픈클로의 가치는 충분하다. 개발자든 기획자든, 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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