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시간, 다니던 김밥천국에 들어갔다. 주문했던 김밥 한 줄이 7500원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6천 원대였던 것 같은데. “어? 언제 또 올랐어?”라고 물었더니 점주가 말했다. “그게 말이지, 재료가 자꾸 올라서 어쩔 수가 없어. 라면도 같이 드리지만 그래도 힘들어”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정말 한숨이 나왔다.
요즘 서울의 김밥 평균 가격은 3624원이라고 한다. 1년 전에는 3400원대였으니까 거의 6% 정도 올랐다는 거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내가 느낀 가격 인상이 정말 실제 데이터에도 반영되어 있다. 더 충격적인 건 김밥 재료들이다. 김과 쌀은 각각 12%씩 올랐다고 한다. 달걀, 단무지, 당근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했다.
이게 뭐 하는 꼴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느낄 거다. 직장인의 점심이 이제 ‘금밥’이 돼가고 있다는 현실. 더 이상 밥값 걱정 없이 점심을 먹는 게 아니라, 오늘 뭘 먹을지 계산하면서 먹어야 한다. 정말 답답하다.
김밥은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였다
생각해보니 김밥은 뭐였나? 저렴하고 빠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의 대명사였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직장인의 점심 문화를 지탱해온 게 바로 김밥이었다.
내가 처음 사회 나왔을 때 김밥은 거의 2000원대였다. 3000원이면 “비싼 곳”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점심으로 김밥을 선택했다. 라면이나 우동도 있었지만, 값도 비슷하고 영양가는 떨어졌다. 국밥은 더 비쌌다. 결국 김밥이 최고의 선택지였다.
게다가 김밥은 정서적인 음식이었다. 소풍 가서도 먹고, 간식으로도 먹고, 배달을 시켜도 먹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몇십 년을 같은 가격대에서 유지했다. 그래서 “김밥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않는 음식”이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에 그게 깨졌다. 더 정확하게는 2024년부터 가격이 확 올랐다. 김밥 한 줄에 7000원이 되는 시대가 온 거다. 라면까지 먹으면 8000원대가 된다. 이건 점심값이 아니라 저녁값 수준이다.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거다.
재료비가 올랐다는데, 정말 그래?
공식적인 설명은 “재료비 상승”이다. 맞는 말이다. 김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들이 올랐다. 김은 12% 올랐고, 쌀도 12% 올랐다. 달걀은 얼마나 올랐을까? 최근 조류독감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는 뉴스를 여러 번 봤다. 당근, 단무지, 참깨까지 거의 모든 재료가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재료비가 12% 올랐다고 해서 판매가가 6%만 올랐다는 건 뭔가? 일반적으로 재료비가 올라가면, 판매가는 그보다 더 많이 올라가야 한다. 왜냐하면 인건비, 임차료, 유틸리티 비용 같은 것들도 다 올라가니까.
내 추측은 이렇다. 김밥 가게 사장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거다. 재료비는 확 올라갔는데, 고객들이 너무 가격에 민감해져서 마음껏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간신히 생존하는 정도 수준에서 가격을 올리는 거 같다. 몇몇 개별 가게를 보면 더 많이 올린 곳도 있다. 내가 들어간 가게는 7500원을 받고 있었으니까.
근본적인 질문은 이거다. 왜 재료비가 이렇게 많이 올랐는가? 단순히 농산물 흉작 때문일까? 아니면 더 깊은 원인이 있을까?
왜 재료비가 이렇게 올랐을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기후 변화다. 지난해 겨울이 유독 따뜻했다고 한다. 그래서 배추, 무, 당근 같은 겨울 채소들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 특히 감자와 고구마 같은 것들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농산물은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 조금만 이상하면 가격이 급등한다.
둘째, 에너지 가격이다. 농사를 짓고, 수확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휘발유와 전기가 많이 든다. 최근 유가와 전기료가 오르면서 이 비용들이 농산물 가격에 반영됐다.
셋째, 수입 물가다. 많은 농산물들이 수입에 의존한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 물가도 올라간다. 최근 환율이 1300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럼 수입 농산물의 가격도 올라간다.
넷째, 정부 정책의 부실이라고 생각한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긴급 수입을 한다거나, 비축분을 방출한다거나, 그런 대책이 미흡했다. 매번 뒷북이다. 문제가 터지고 한참 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점심은 이제 투자 대상이 됐다
이게 정말 웃프다. 점심값이 월급의 일부가 될 정도로 비싸졌다는 거다.
한 달 근무일이 20일이라고 하자. 점심을 먹는 데 8000원이 든다면? 월 16만 원이다. 연 192만 원이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월급이 300만 원인 직장인이라면, 전체 월급의 5.3%가 점심값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건 2%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은 점심을 먹을 때 “투자”하는 심리가 생긴다. “이 8000원이 내 몸에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계산한다. 더 이상 맛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게 아니라, “가성비”를 먹는다. 가장 싼 곳을 찾는다. 회사에서 주는 점심 식권을 최대한 활용한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 경우도 늘었다.
실제로 주변을 봐보면, 김밥천국이나 라면집 대신 편의점으로 가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편의점 도시락은 3000~4000원대고, 거기에 음료수까지 포함하면 같은 가격에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가격 대비로는 낫다.
또 다른 현상은 집에서 싸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거다. 예전에는 점심을 사 먹는 게 당연했다. 근데 지금은 도시락을 싸가는 직장인들이 정말 많다. 아침 시간이 바빠지겠지만, 점심값을 절감하려는 노력이다.
서민 경제의 악순환
이건 단순히 “점심값이 비싸졌다”는 개인의 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경제 악순환의 신호다.
서민들의 식비가 올라가면,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옷을 덜 사고, 여행을 덜 가고, 헬스장 끊음도 취소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가 전체적으로 위축된다.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 경기가 나빠진다. 내수 경기가 나빠지면 일자리도 줄어든다. 결국 악순환이다.
이미 그 신호들이 보인다. 올해 초 통계를 보면 개인 소비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가 많이 줄었다. 왜? 식비와 에너지비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니까, 다른 소비를 할 여유가 없어지는 거다.
또한 가계부채가 문제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금 이자가 올라갔다. 월급에서 이자 갚을 돈이 더 많아지니까, 생활 자금은 더 줄어든다. 그래서 더 값싼 음식을 찾게 된다. 결국 직장인의 점심이 “금밥”이 되는 거다.
정부는 뭐 하고 있나
이 상황에서 정부가 제때 대응했나? 아니다.
정부는 한계 농가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그게 농산물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유통 단계에서 마진이 커지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은 크게 올랐다. 정부가 직접 가격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시장에 맡겼다.
정부 차원의 사고도 부족해 보인다. “물가가 올랐으니까 인상률에 맞춰서 급여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조차 미온적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5%였다. 하지만 식료품 물가는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이건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 의식”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많은 국민들이 점심값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정부의 움직임은 느리다. 대책이 있어도 효과가 제때 나타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대처법,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개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첫째, 비용 효율적인 식사를 찾자. 김밥이 7000원이 되면, 다른 옵션을 찾아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이 3000원대면, 거기가 낫다. 회사 식당이 있으면 이용하자. 점심 식권이 있으면 최대한 활용하자.
둘째, 집에서 싸가자. 아침이 좀 바쁘겠지만, 한 달에 16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 된장국, 계란말이, 밥 이 정도만 챙겨도 충분한 영양이다.
셋째, 식비 예산을 재정립하자. 점심만이 아니라 전체 식비를 봐야 한다. 저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간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 통제된 예산으로 움직여야 다른 곳에서 여유를 만들 수 있다.
넷째, 집단 구매를 활용하자. 공동구매 앱들이 많이 생겼다. 집단으로 농산물을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결론: “왜케 비싸지”는 감정이지만, 현실은 더 심각하다
“왜케 비싸지?”라는 한숨은 개인적인 불만을 넘어서 사회 경제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피해를 본다.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이건 “점심값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인플레이션 문제”다. 기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임금은 그에 못 미친다. 그래서 서민들의 실질 생활 수준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농산물 수입 다변화, 에너지 정책 개선, 금리 정상화. 이런 것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저소득층의 생활비 지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가다가는 점심 한 끼가 정말 “금밥”이 될 거라는 거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어제 내가 경험한 현실이고, 내 주변 수십 명이 매일 경험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