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야, 주택연금 그거 바뀐다며? 아빠가 뉴스에서 봤다는데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거야?” 솔직히 나도 정확히 모르겠더라. 주택연금이 뭔지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얼마나 바뀌는 건지까지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찾아봤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도 주택연금 개선방안’을 하나하나 뜯어보니까, 이건 단순히 몇 만원 더 주겠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입 문턱을 확 낮추고, 실거주 의무도 풀고, 심지어 자녀 승계까지 가능하게 만든 거다. 부모님 세대뿐 아니라 우리 세대한테도 꽤 중요한 변화라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주택연금이 뭔지부터 다시 짚어보자
주택연금이라는 제도 자체는 꽤 오래됐다. 2007년에 처음 도입됐으니까 벌써 19년째다. 간단히 말하면, 집을 담보로 맡기고 그 집에 계속 살면서 매달 연금처럼 돈을 받는 제도다. 국가가 보증해주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망해도 연금은 계속 나온다.
가입 조건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다주택자라도 합산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면 신청 가능하다. 생각보다 문턱이 높지는 않은 셈이다.
그런데도 가입률이 2%밖에 안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가 약 15만 가구 수준이다. 가입 대상이 773만 가구나 되는데 말이다. 왜 이렇게 저조할까? 초기에 내야 하는 보증료 부담, 실거주 의무 같은 제약, 그리고 “내 집을 은행에 넘기는 것 같아서 찝찝하다”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바로 이런 걸림돌들을 하나씩 걷어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3월부터 월 수령액이 얼마나 오르나
가장 눈에 들어오는 변화부터 보자. 오는 3월 1일부터 주택연금 수령액이 평균 3.13% 인상된다. 금융위원회가 주택연금 계리모형을 재설계한 결과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이렇다. 평균 가입자 기준, 그러니까 만 72세에 시가 4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가입하는 경우를 보면, 기존에는 매달 129만 7천원을 받았다. 이게 3월부터 133만 8천원으로 오른다. 월 4만 1천원 정도 인상이다.
월 4만원이면 별것 아닌 것 같다고? 연간으로 따지면 약 50만원이고, 평균 가입자의 기대여명 17.4년을 곱하면 전체 수령 기간 동안 약 849만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노후에 849만원이면 꽤 큰 돈이다. 병원비 한 번 크게 나갈 때 숨통이 좀 트일 수 있는 금액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인상분은 3월 1일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 이미 주택연금을 받고 계신 분들한테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주택연금 월 지급액은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과 보증료, 산정 모형을 기준으로 한번 정해지면 고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입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3월 이후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초기 보증료 200만원 절감,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처음에 한 번 내는 비용이 있다. 초기 보증료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택 가격의 1.5%를 내야 했다. 4억원짜리 집이면 600만원이다. 은퇴한 고령층 입장에서 600만원을 한 번에 내라고 하면 부담이 상당하다. 실제로 이 초기 보증료 때문에 가입을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개편으로 초기 보증료율이 1.5%에서 1.0%로 내려간다. 같은 4억원 주택 기준으로 600만원이던 보증료가 400만원으로 줄어든다. 200만원이나 아끼는 거다. 은퇴 후 현금 흐름이 빠듯한 분들한테는 이 200만원 차이가 꽤 결정적일 수 있다.
거기다 보증료를 냈는데 마음이 바뀌어서 해지하고 싶다면? 기존에는 3년 이내에만 환불이 가능했는데, 이제 5년으로 기간이 늘어난다. 가입 후 3~4년 차에 사정이 변해서 해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보증료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알아둘 게 있다. 초기 보증료를 낮추면 당연히 어딘가에서 보전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연 보증료 인상이다. 매년 대출 잔액의 0.75%를 내던 연 보증료가 0.95%로 소폭 올라간다. 금융위 측에서는 이 조정을 통해 수령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초기에 한 번 큰돈 내는 것보다 매년 조금씩 더 내는 쪽이 현금 흐름 관리에는 낫다는 판단인 것 같다.
실거주하지 않아도 가입 가능해진다
이건 개인적으로 이번 개편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해당 주택에 직접 살고 있어야 했다. 주민등록 전입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나이가 들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기도 하고, 몸이 불편해서 자녀 집에 가서 보살핌을 받기도 한다.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 안 살고 있으니까 주택연금 못 받습니다”라고 하면, 정작 연금이 가장 필요한 분들이 제도에서 배제되는 꼴이었다.
올해 6월 1일부터는 이 실거주 의무에 예외가 생긴다. 부부합산 1주택자가 다음과 같은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면 실거주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질병 치료나 심신 요양을 위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는 경우, 자녀 등의 봉양을 받기 위해 다른 주택에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 노인복지법상 노인주거복지시설로 이주한 경우가 해당된다.
심지어 담보 주택을 제3자에게 임대 중인 경우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 승인을 받으면 가입이 가능해진다.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빈 집을 세놓고, 월세 수입에 주택연금 수령액까지 더해 안정적인 노후 생활비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건 상당히 실용적인 개선이다.
자녀 승계가 쉬워진다
부모님이 주택연금을 받다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까?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가 이어받을 수 있다. 문제는 배우자도 없는 경우다. 지금 제도에서는 자녀가 부모님의 주택연금 채무를 전액 상환해야만 같은 집을 담보로 본인이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할 수 있었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부모님이 오랫동안 연금을 받으셨으면 채무가 꽤 쌓여있을 수 있는데, 이걸 한꺼번에 갚을 여력이 있는 고령 자녀가 얼마나 될까? 집을 물려받았지만 정작 목돈이 없어서 본인도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이번 개편으로 만 55세 이상 고령 자녀는 부모님의 주택연금 채무를 별도로 상환하지 않고도 동일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부모님의 기존 채무 규모에 따라 자녀의 수령액이 조정되고, 채무가 주택의 잔존 가치보다 크면 가입이 안 되는 등의 제한은 있다. 그래도 이전처럼 목돈을 마련해서 한 번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확실히 줄어든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요즘 50대 후반~60대도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주거 안정과 노후 소득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저가 주택 보유 취약 고령층 지원도 강화된다
주택연금에는 ‘우대형’이라는 게 있다. 부부 중 1인이 기초연금 수급자이면서 부부합산 1주택자이고, 시가 2억 5천만원 미만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일반형보다 수령액을 최대 약 20%까지 더 주는 제도다.
이번 개편에서는 시가 1억 8천만원 미만 주택 보유자에 대해 우대 폭이 추가로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집값 1억 3천만원인 만 77세 우대형 가입자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는 일반형 대비 월 9만 3천원 더 많은 62만 3천원을 받았는데, 개편 후에는 일반형 대비 12만 4천원 많은 65만 4천원을 받게 된다.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 저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에게 특히 의미 있는 변화다. 집값이 낮다 보니 일반형으로는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 나오는데, 우대 폭이 커지면 그래도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 가입하는 게 맞을까
이쯤 되면 궁금한 게 있을 거다. 부모님이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지금 당장 가입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3월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까?
답은 명확하다. 3월 1일 이후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수령액이 올라가고 초기 보증료도 내려가니까. 만약 실거주 의무 예외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녀 승계나 우대형 확대 혜택도 6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연금은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월 수령액이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작정 늦추는 게 정답은 아니다. 가입 시기는 개인의 건강 상태, 다른 노후 소득원의 유무, 주택 가격 변동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가면 예상 연금 모의계산기가 있다. 거기서 본인의 나이와 주택 가격을 넣으면 대략적인 수령액을 확인할 수 있으니, 가입 전에 반드시 한번 돌려보는 걸 추천한다.
월 133만원으로 노후가 충분할까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월 133만원으로 서울에서 노후 생활을 하기에는 빠듯하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적정 노후 생활비가 부부 기준 월 277만원 수준인 걸 생각하면, 주택연금만으로는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서 주택연금은 단독으로 노후를 책임지는 수단이라기보다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합쳐서 ‘다층 노후보장 체계’를 만드는 퍼즐 조각 중 하나로 봐야 한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개편의 목표를 “주택연금이 제4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 보증료 인상 부분도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0.75%에서 0.95%로 0.2%포인트 올랐는데,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 이 차이가 누적될 수 있다. 초기 보증료 인하 효과를 장기적으로 상쇄하지 않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는 만큼, 후속 제도 보완이 계속 필요한 부분이다.
마무리
이번 주택연금 개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더 많이 주고, 덜 내게 하고, 더 쉽게 가입하게 만들겠다.” 3월부터 수령액이 평균 3.13% 오르고, 초기 보증료는 200만원 줄어들며, 6월부터는 실거주하지 않아도 조건만 맞으면 가입이 가능해진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고령 자녀가 같은 집으로 주택연금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현재 가입률이 2%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3%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 제도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자산이 몰려있는 한국 고령층의 특성상, 집을 팔지 않고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주택연금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3월 개편 시점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본인의 전체적인 재무 상황과 건강 상태, 가족 구조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바란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나 관할 지사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