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시간, 회사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다. “코스피가 또 올랐네. 근데 난 왜 돈이 안 늘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확한 심정이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수백 번 했거든.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뉴스에서 난리다. 모두가 축하한다. “증시 호황이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근데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증시가 올랐는데 왜 나의 계좌는 안 오르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버는데, 나는 왜 원금만 지키고 있지? 이런 의문이 든다.
처음엔 “내가 종목을 잘못 골랐나?”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코스피는 올라가는데, 개인투자자는 안 버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면, 역설적이게도 투자를 좀 더 현명하게 할 수 있다.
코스피 5000 시대, 정말 축하할 일인가
먼저 상황을 정리하자.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했다는 건 맞다. 어제도 5100을 넘었다고 한다. 지난 몇 년을 보면, 코스피는 정말 많이 올랐다. 2022년 코로나 이후 저점이 2200대였으니까, 지금은 2배 이상 올랐다는 거다.
통계상으로는 정말 좋은 뉴스다. 증시가 호황이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왜 기분이 별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투자자의 수익률과 코스피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100% 올랐는데,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10% 정도일 수도 있다. 심지어 손해를 보는 개인도 많다. 이 괴리감이 “왜 나만 안 버는가?”라는 생각을 낳는다.
외국인은 어떻게 버는가
여기서 중요한 통계가 있다. 최근 몇 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건 누구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2024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순매수를 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순매도를 했다. 쉽게 말해서, 외국인은 사고 또 샀고, 개인투자자들은 팔고 또 팔았다는 거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를 낳는가? 엄청나다. 외국인들은 이미 올라간 종목을 추가로 샀다. 덕분에 그들의 평균 단가가 높아졌지만, 종목이 더 오르면서 수익률은 더 커졌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올라간 종목을 팔았다. “이제 충분히 올렸지”라는 생각으로. 그 다음에 종목이 더 올랐다. 팔 때는 수익이 났지만, 전체 수익률로는 낮은 거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건 개인투자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올라간 종목을 보면 불안해진다. “더 올라갈까? 아니면 떨어질까?” 이 불안감이 팔겠다는 결정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내려간 종목을 보면, “이미 충분히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거야”라고 생각하고 산다. 근데 더 떨어진다. 결국 손실을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개별 종목의 단기 변동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올해 손해를 봐도, 5년 10년 보면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도 압박이 적다. 오히려 기회가 보일 때마다 산다.
개인투자자의 함정, 몇 가지 패턴
내가 주변의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보면서 느낀 공통된 패턴이 있다. 이 패턴들이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첫 번째 패턴은 타이밍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은 뉴스를 보고 투자한다. “삼전이 좋다고 하네, 사봐야겠다” 근데 언제 사는가? 이미 뉴스가 나왔을 때다. 즉, 이미 올라간 후에 산다. 그리고 판다? 다음 뉴스가 안 좋을 때다. 역시 이미 떨어진 후에다. 결국 매수점과 매도점이 최악이 된다.
두 번째는 분산 부족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의 확신에 집중한다. “이 종목이 오를 거야” 하고 한 종목에 몰빵한다. 근데 틀린다. 차라리 여러 종목에 분산했으면, 손실이 덜했을 거다. 반대로 외국인들은 처음부터 여러 종목에 투자한다. 포트폴리오 관리를 한다.
세 번째는 감정 거래다. 올라가는 종목을 보면 탐욕이 생긴다. “더 오를 거야, 더 샀을 걸” 근데 떨어지면 공포가 생긴다. “팔아야 해”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면, 항상 최악의 시점에 거래한다.
네 번째는 손실 회복 심리다. “이 종목을 사면 전에 잃은 돈을 회복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고위험 종목에 투자한다. 그런데 더 손실이 난다.
다섯 번째는 정보 과다다. 요즘은 주식 앱에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뉴스, 차트, 게시판 의견들. 이 모든 정보를 보다 보면, 오히려 판단이 흐려진다. “어느 게 맞는 정보지?” 이렇게 되면서 거래 빈도가 올라간다.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도 나가고, 실수할 확률도 높아진다.
외국인 vs 개인의 자본력 차이도 큰 요인
여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자본력의 차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다. 펀드, 기관투자가들이다. 그들은 손실이 나면, 추가 자본을 투입할 능력이 있다. “이 종목이 이렇게 떨어졌으니, 기회네”라고 생각하고 더 샀다. 결국 평단가가 낮아지고, 종목이 다시 올라가면 수익이 커진다.
개인투자자들은? 초기 자본이 정해져 있다. 주사위를 던졌을 때, 그 돈이 전부다. 손실이 나면 추가 투입할 여유가 없다. 오히려 생활비가 필요해서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같은 전략을 쓸 수 없다.
또한 수수료도 다르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은 매우 낮은 수수료로 거래한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낸다. 거래할 때마다 0.015% 정도가 나간다. 이게 쌓이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된다.
코스피 구성의 비밀
더 깊게 파고들면, 코스피 자체의 구조 문제도 있다.
코스피는 가중평균지수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지금 코스피를 올린 주역이 누구인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형주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대형주들을 잘 못 산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산다면, 가격이 높을 때 샀다가 팔기 어렵다. 그래서 더 작은 중소형주를 사려고 한다. 그런데 중소형주들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오히려 많은 중소형주들이 올해 하락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빠진 부분에만 집중하게 되고, 수익률이 낮아진다. 코스피가 100% 올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산 중소형주는 30% 정도만 올랐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럼 개인투자자는 뭘 해야 하나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뭘 해야 할까? 몇 가지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
첫째, ETF에 투자하자. 개별 종목 고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 코스피 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사면, 적어도 코스피 수익률은 보장된다. 개별 종목보다는 수익률이 낮겠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보다는 높을 거다.
둘째, 장기 투자하자. 단기 변동에 흔들리지 말고, 최소 5년은 보자. 그 기간 동안은 절대 팔지 말자. 그럼 자연스럽게 “매도 압박”에서 벗어난다.
셋째, 정기적으로 투자하자. 한 번에 다 사지 말고, 매달 조금씩 산다. 이렇게 하면 평단가가 자동으로 낮아진다. 시장이 떨어져도, 우리는 평탄하게 매수할 수 있다.
넷째, 거래 빈도를 줄여라. 거래할 때마다 실수와 수수료가 나간다. 월 1회, 분기 1회 정도만 거래하면 충분하다.
다섯째, 심리 관리를 철저히 하자. 올라가는 종목을 보고 “더 오를 거야”라고 탐욕하지 말자. 떨어지는 종목을 보고 “끝이네”라고 공포하지 말자. 그냥 계획한 대로만 움직여라.
현실적인 수익률 목표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개인투자자는 현실적인 수익률 목표를 세워야 한다.
코스피가 연 20% 오르는 건 매우 좋은 해다. 평년에는 10% 정도다. 개인투자자가 시장과 같은 수익률(10%)을 낼 수 있으면, 그건 성공한 거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금 매니저도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은? 30%, 50%, 100% 같은 것들이다. 그건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그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다 보니, 고위험 투자에 빠지고, 결국 손실을 본다.
만약 당신의 연 수익률이 8~12% 정도라면, 그건 훌륭한 성과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자신의 자산이 실질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론: 코스피 5000은 축하해야 하지만, 내 수익은 별개다
코스피가 5000을 돌파했다는 건 축하할 일이다. 국가 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신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내 수익이 얼마나 나는가”가 더 중요하다.
코스피가 올라가도,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개다. 타이밍의 문제, 심리의 문제, 정보 과다의 문제, 자본력의 차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알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ETF 투자, 장기 투자, 정기적 투자. 이런 간단한 방법들만 따라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보다는 나을 거다.
중요한 건 심리다. “왜 나만 안 버는가?”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거다. 그리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세우는 거다. 연 10% 수익이면, 그건 훌륭한 거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자산은 10년 뒤 2배 이상이 될 것이다.
코스피는 5000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인 당신도, 올바른 전략만 세우면 그 상승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