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 동안 부동산 뉴스를 보면 계속 나오는 이름이 있다. 바로 ‘용인 수지’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10·15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된 곳인데, 오히려 지금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규제가 강해진 곳에서 집값이 오를 수 있을까? 더 신기한 건, 5주 연속으로 전국 모든 구(區)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사이에 1억원씩 오르는 집들도 있다고 한다.
필자도 처음엔 의아했다. 일반적으로 규제를 받으면 집값이 떨어져야 정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수지 이야기는 단순한 ‘뉴스거리’가 아니라, 2026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핵심을 보여주는 사건처럼 느껴졌다. 왜 하필 수지일까? 누가 지금 수지를 사고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서울과 경기도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규제는 강했는데 왜 집값만 오르나
먼저 숫자로 보자.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약 두 달 동안 수지구 아파트값은 누적 4.25%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성남시 분당구(4.16%)보다 높고, 서울 송파구(3.63%), 경기 과천시(3.44%)도 크게 앞섰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주간 상승률로 따지면 0.4~0.5% 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21년 2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이 모든 일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 일어났다는 게 역설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일, 주택담보대출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그 이상은 더 낮췄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동시에 지정되면서 집 사고 파는 것이 매우 복잡해졌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강해지면 수요가 줄어든다. 돈을 덜 빌려줄수록, 사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매수자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지구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10월 15일 5639건에서 현재 약 2983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거래량이 뚝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역설이다. 거래량은 줄었는데 가격은 올랐다. 이것은 ‘매물 부족’의 결과다. 남은 매물이 그나마 팔릴 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팔고 싶지 않은 사람은 기다리고, 반드시 팔아야 하는 집들만 시장에 나온다. 그러면 남은 매물의 가격은 자동으로 올라간다.
저평가된 지역의 급부상
수지가 이 정도까지 주목받은 건 사실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규제가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 본래 수지가 가진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었다는 게 더 큰 원인이다.
분당은? 강남은? 이미 집값이 너무 비쌌다. 분당의 84㎡ 아파트는 20억원대 중반, 강남은 3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비싼 곳에서 사람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수지였다. 수지는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착했다. 84㎡ 기준 15억원 전후. 분당보다 5억원 이상 싸다.
그런데 교통은? 신분당선이 지나간다. 동천역에서 판교까지는 3정거장, 강남역까지는 7정거장이다. 분당처럼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편하게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경부고속도로도 가까워서 강남 방향뿐 아니라 전국 어디든 접근성이 우수하다.
교육 인프라는? 풍덕초, 수지중, 수지고, 죽전고 같은 우수 학군이 몰려 있다. 수지구청역 일대엔 학원가도 크다. 30~40대의 직장인 부모들, 특히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가구에겐 매력적인 조건이다.
생활 인프라는 어떤가. 신세계 사우스시티가 있고, 보정동 카페거리도 인기다. 스타필드마켓 같은 대형 쇼핑몰도 인접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같은 거대 의료 시설도 있다. 실제로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갖춰져 있다.
핵심은 이거다. 수지는 ‘분당급 생활 여건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훨씬 싼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규제가 없었다면 이 차이는 천천히 수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분당과 강남은 더 이상 투자로 사기 어려워졌고, 대출 제한도 생겼다. 결국 같은 돈으로 더 나은 생활 조건을 원하는 사람들의 눈이 모두 수지로 쏠렸다.
반도체 클러스터, 한 번에 날려버린 ‘저평가’ 낙인
여기에 결정적인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정부가 용인에 거대한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앞으로 수년간 대규모 건설이 진행될 것이고, 완성되면 반도체 관련 수천, 수만 명의 근로자들이 용인으로 모일 것이다. 현재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기흥구보다 수지구가 훨씬 더 생활하기 좋은 지역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미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이 수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특히 높은 연봉과 성과금을 받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구매력이 충분하다. 전세보다 월세나 매매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이 모여들면서 수지의 집값 상승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지금 수지를 사는가
이 시점에 수지를 사고 있는 사람들은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실거주자 중심의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다. 서울 집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마지막 지역이 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분당이나 강남은 너무 비싸고, 서울 외곽도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수지는 그 사이의 공백을 채워주는 지역이다. 특히 반도체나 IT 업계 종사자처럼 비교적 높은 소득을 가진 30대 직장인들이 주된 수요층이다.
두 번째는 ‘기존 서울 투자자들의 대체 수요’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투자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경기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지는 규제를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울이나 강남보다는 상황이 나다. 대출 한도도 15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6억원까지 가능하니, 입주 가능한 저가 매물을 찾는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이다.
세 번째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려던 사람들’인데, 이들은 사실 현재 수지에서 거의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때문이다. 갭투자를 시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근 거래 대부분은 현금이나 자기 자본이 충분한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거래 통계로 보는 수지의 변화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 전체 구(區) 중에서 아파트 매매거래량 1위가 바로 수지구였다. 6966건. 이는 경기 평균 대비 8배 이상 높은 가격 상승률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무슨 뜻인가? 수지는 단순히 ‘비싼 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대체지’가 아니라, 경기도 전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지역이 되었다는 뜻이다. 투자자도, 실거주자도 모두 수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현장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매물이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조건의 집은 나오자마자 수 시간 내에 계약이 난다. 물건을 둘러보러 오는 사람도 실수요자 위주인데, 이는 투기꾼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출과 토지거래허가가 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다.
가격 형성의 심리학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심리 효과’다. 집값이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은 느낌이 생긴다. 특히 “저 집이 2주 전에 14억원이었는데 지금 15억원이네?”라는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며칠 미루면 또 올라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것을 ‘가성비의 심화’라고 부르고 싶다. 분당이 20억원 넘어가고, 강남이 30억원을 바라보자, 15억원대 수지는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심리가 계속 반복되면 가격 상승은 가속화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남은 매물 위에 계속 수요가 몰리면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과의 관계, 50주 연속 상승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서울 아파트값도 5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 송파, 동작, 중구 등 서울의 ‘핵심 구’들이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기도만의 현상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에서 ‘저평가 지역 찾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에서는 한 구 높아지면 가격이 확 올라간다. 강남에서 송파로, 송파에서 강동으로, 강동에서 경기도로. 이렇게 계단식으로 수요가 내려오는 구조다. 수지는 이 계단의 맨 아래, 그러면서도 교통과 생활 여건은 나쁘지 않은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수요를 집중시키고 있다.
규제의 역설, 그리고 앞으로
결국 이 현상은 정부 규제의 ‘예상 밖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투기 과열을 진정시키려던 규제가, 오히려 저평가 지역에 대한 ‘재평가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치 잘못된 길을 막아놨더니, 사람들이 더 나은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격이다.
물론 이것이 영원히 계속될 리는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실제 완성되는 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금리 정책이 바뀔 수도 있고, 또 다른 규제가 생길 수도 있다. 현재 남은 매물이 이렇게 적다면, 곧 신규 공급이 절실해질 것이다. 수지자이 에디션 같은 신규 분양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들이 시장에 나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용인 수지가 ‘차세대 주거지’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하고 있다. 규제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아니 오히려 규제 때문에 더욱,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집을 본다는 것
지금 수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 기회’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것은 2026년 서울과 경기도의 거주자 지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강남과 분당에 살아야 한다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무조건 강남’이 정답이 아니라, ‘내 직업, 내 통근 거리, 내 삶의 질에 맞는 곳’을 찾는 흐름이 생겼다. 수지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에게는 최고의 선택지고, 판교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지다.
물론 집값이 계속 오를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미 15억원을 넘어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입지, 좋은 교통, 좋은 학군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규제가 풀려도 수지가 가진 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 수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 이것을 말하고 있다. 규제의 시대에 사람들은 ‘정말 필요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것과 접근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교집합에 수지가 있다는 것. 이것이 전국 1위의 상승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