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목요일 밤 9시가 되면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그 시간이 되면 가족이 모여 앉아 지상파 드라마를 봤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단순히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월요일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제 드라마 이야기로 30분을 웃으며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문화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최근에 지상파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자녀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본다고 했을 때, “굳이 넷플릭스를 구독해야 해?”라고 물었던 당신, 이제 실감이 나나요? 지상파 방송은 정말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미디어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숫자로 본 지상파의 몰락
2024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정확히 1년간의 지상파 방송 통계를 보면 놀라운 현실이 드러납니다.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중에 평균 시청률이 20% 이상인 프로그램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지상파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2% 이하입니다. 2%라는 숫자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지상파 시대의 끝을 의미합니다.
2025년 현재 지상파 드라마 3사 중에서 단 3편만이 10%대 시청률 벽을 넘었습니다. 3편입니다. 한 해에. 예전에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겨울연가’, ‘복수는 나의 것’,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작품들은 시청률 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모여서 그 드라마를 봤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봤기 때문에 당신도 봤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오늘 저녁에 지상파를 틀었을 때 10명이 모여 있으면 그 중 8명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2명만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그 2명도 드라마가 아니라 뉴스를 보고 있을 겁니다.
당신의 자녀는 유튜브에서 드라마를 본다
MZ세대(1981년~2010년 출생)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MZ세대의 88.4%가 유튜버나 크리에이터 영상을 자주 본다고 답했습니다.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이 주중에 130분 이상입니다. 당신이 지상파 예능을 보는 시간보다 깁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할 때는 어떨까요? 넷플릭스가 43.1%로 압도적 1위입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22.6%, 티빙 8.4%, 웨이브 7.9%의 순입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TV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일까요?
지상파 실시간 방송 시청자의 70% 이상이 50대 이상입니다. 20대는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있습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치. 이런 플랫폼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찾아봅니다. 채널을 돌려가며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스트리밍이 TV를 뛰어넘었다
2025년 5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청률이 전체 TV 시청률의 44.8%를 기록했습니다. 방송(20.1%)과 케이블(24.1%)을 합산한 것보다 많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이것은 미디어 생태계의 완전한 뒤바뀜을 의미합니다.
당신이 어릴 때 처음 TV가 가정에 들어왔을 때의 경험을 기억하나요? 그것은 마법이었습니다. TV가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드라마 방송 시간이 되면 학교에서 돌아와야 했고, 회사에서 퇴근하고 곧장 집에 와야 했습니다. TV 앞에 앉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어제 드라마 봤어?”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20대는 이런 경험이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봅니다. 광고도 없습니다. 배속도 조절합니다. 화질도 선택합니다. 한 번 정해진 편성표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야 했던 당신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지상파는 왜 죽었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제작비의 위기입니다. 최근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500억 원 이상입니다. 일부 대작은 1000억 원을 넘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은 계속 내려갑니다. 결국 제작사들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규 제작을 기피합니다.
드라마 제작 편수를 보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2022년에 141편이 만들어졌으나, 2023년에는 123편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100편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년 20편씩 줄어드는 것입니다. 아직 10년이 남았다면, 드라마 제작이 중단될 겁니다.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스타 배우를 주인공으로 쓰려면 회당 10억 원 이상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드라마가 3~4%의 시청률을 기록하면 어떻게 될까요? 손실입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 돈을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스트리밍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편성 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상파는 여전히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같은 드라마를 방송합니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이것은 시청자가 자신의 시간을 방송사에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시즌을 다 몰아서 올립니다. 당신은 밤을 새워서 한 시즌을 다 봅니다. 이것이 더 중독적입니다. 더 재미있습니다.
세대 간의 거대한 갈등
당신이 겪고 있는 불안감은 실제입니다. 자녀가 지상파를 보지 않으면, 당신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이 함께 TV를 본다”는 경험이 사라집니다. 명절 때 가족이 모여서 드라마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녀들은 자신이 본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그것을 모릅니다.
이것이 단순한 미디어의 변화가 아닌 이유는, 문화의 공유가 깨진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하나의 공통언어였습니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같은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커피 한 잔하면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본 유튜버는 동료가 모를 겁니다. 당신이 본 웹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부모 세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좋은 드라마도 안 본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미 더 나은 콘텐츠를 보고 있습니다. 더 높은 제작비로, 더 좋은 배우로, 더 강한 스토리로. 지상파 드라마는 그들의 눈에는 너무 느리고, 너무 뻔하고, 너무 지루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의 위치
지상파의 몰락이 한국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면서, 한국의 콘텐츠는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전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상파가 이 기회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대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같은 OTT 플랫폼이 한국 드라마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콘텐츠는 살아남을 것 같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불안감이 맞다
“앞으로 지상파 방송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문화는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이 당신의 머리에 떠오른다면, 그것은 과도한 걱정이 아니라 당연한 반응입니다. 현실은 정말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뉴스와 스포츠 중계는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드라마와 예능은 이미 끝의 시작입니다. 10년 뒤에는 지상파 프라임 타임 시간대가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다큐멘터리? 해외 드라마 재방송? 아니면 의료 광고?
당신이 느끼는 세대 간의 거리감도 더 벌어질 겁니다. 당신의 자녀들은 지상파의 특정 시간대에 나오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모를 겁니다. 당신이 어릴 때 “토요일 저녁 8시 드라마”를 아는 것처럼, 그들은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를 알겠지만, 당신은 그것을 모를 겁니다.
이것이 미디어 세대 갈등의 본질입니다. 부모는 지상파 드라마로 자녀를 키웠고, 자녀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자녀를 키울 것입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당신이 이 변화에 저항할 수는 없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왜 넷플릭스를 선택하는지, 왜 유튜브를 보는지. 그것은 편의성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당신의 자녀도 이해해야 합니다. 당신의 세대가 지상파 드라마로 느꼈던 감정, 가족이 함께 웃고 울었던 경험. 그것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혹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신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가족 간의 대화는 달라질 겁니다. 새로운 공통언어를 찾는 것입니다.
지상파 예능은 죽었습니다. 이것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드라마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무대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가 슬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라야 합니다. 당신의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그 새로운 무대를 바라볼 수 있기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