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사 요약
정부가 2026년부터 상속세 제도를 대폭 개선할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자녀공제가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일괄공제 기준금액이 5억원에서 8억원 또는 10억원으로 상향되고, 상속세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인하된다. 배우자공제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거의 손질되지 않던 상속세 제도가 이제 현실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평범한 중산층까지 상속세 대상자가 되면서 이를 완화하려는 정책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39%, 전국 기준 11.4%가 이미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왜 지금 상속세 정책을 진지하게 봐야 하는가
나는 올해 52세이고, 부모님으로부터 약 10억 원대의 강남 아파트를 상속받을 예정이다. 어릴 때는 상속세 따위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서울에 사는 사람 중 평범한 직장인인데 집값이 올라서 갑자기 상속세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겨울, 아버지 정기검진 결과가 좋지 않다는 말씀을 들었다. 다행히 약물 치료로 좋아지셨지만, 그 때부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게 됐다. 세금이 얼마나 나올까. 형과 누나와는 어떻게 나눌까. 형은 자영업을 하고, 누나는 이미 결혼해서 남편 성씨로 지낸다. 내가 아버지와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니 주택 관련 공제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일반적인 중산층이 살만한 서울 아파트 한 채가 과세 대상이 되는 이상, 나처럼 상속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2026년 정책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 가족의 자산을 어떻게 물려받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로 10억 원 아파트 상속받을 때 세금은 얼마나 될까
상황을 먼저 단순하게 설정해보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형, 누나, 나 네 명이 상속인이 된다고 하자. 상속재산은 10억 원의 아파트 하나뿐이고, 채무는 없다고 가정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렇게 계산된다. 먼저 기초공제 2억 원을 뺀다. 그 다음 배우자공제인데, 어머니가 아파트를 상속받는다면 최소 5억 원을 공제받는다. 어머니가 받지 않으면 그냥 일괄공제 5억 원을 적용한다. 아버지가 혼자 살았거나 어머니가 상속을 포기하는 게 아닌 이상, 배우자공제 5억 원을 적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체적으로 계산하면, 10억 원에서 기초공제 2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을 빼면 과세표준이 3억 원이 된다. 3억 원에 대해 상속세를 계산하면 세율은 20퍼센트가 적용되어 6천만 원의 세금이 나온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가족이라면 이 세금을 내기 위해 따로 저축을 해뒀을 리 없다.
현재 나와 형, 누나는 각각 자녀공제 5천만 원씩을 받을 수 있지만, 이건 자신의 상속받은 몫에서 빠지는 거라 큰 효과가 없다. 더 중요한 건, 10억 원의 아파트를 네 명이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 상속분을 따르면 아버지 재산의 절반은 어머니가, 나머지 절반은 세 자녀가 나누어 받는다. 결국 나는 1억 6천만 원 정도를 받게 되고, 형과 누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금을 내야 하니, 실제로 받는 액수는 더 줄어든다.
2026년 새로운 제도에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2026년부터는 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큰 변화는 자녀공제가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와 형, 누나 각각이 5억 원씩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 중 더 큰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추가로 자녀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상속재산 10억 원에서 기초공제 2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 그리고 자녀 3명이 받는 공제 총 15억 원을 합치면 무려 22억 원의 공제가 가능해진다. 잠깐, 10억 원보다 큰 금액을 공제받는다고? 이렇게 되면 과세표준이 0이 되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가 2026년 정책의 핵심이다.
물론 이것이 확정되려면 국회를 거쳐야 하고, 여야 간 다소 다른 안이 논의 중이다. 일부 안에서는 일괄공제를 8억 원으로, 자녀공제를 4억 원으로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안이 확정되든, 지금의 6천만 원 수준의 세금보다는 훨씬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확실하다.
2026년 정책이 우리 가족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
이 변화를 내 가족에게 적용해보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 변화가 즉시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아버지가 2025년에 돌아가신다면 2026년 정책을 받을 수 없다. 상속은 사망일 기준으로 세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이 현재 괜찮으시니 2026년 이후에 상속이 개시될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주택에 대해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미 10년 이상 같이 살았으니 자격이 있다. 동거주택 상속공제는 6억 원 한도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 중 6억 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생전 증여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직 2026년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현재 제도 하에서 배우자(어머니)에게 6억 원씩 10년 단위로 증여하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는 6억 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도 아버지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자녀 간 소통을 늘리는 것이다. 상속세가 줄어든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10억 원의 아파트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머니는 몇 년을 더 그 집에 사실 것인가, 나중에 집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이 남아 있다. 형과 누나와 지금부터 차근차근 얘기해두는 것이 나중에 큰 분쟁을 막을 수 있다.
50대 부모 세대가 꼭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
2026년 정책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막연히 기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몇 가지 구체적인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
먼저 국회 통과 일정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지금은 여러 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태이고, 정확히 어떤 안이 통과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무사나 변호사와 상담해서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각각 계산해두면 좋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생전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만약 2025년 안에 상속이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면, 현재의 정책을 기준으로 세금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어머니에게 미리 증여를 해두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동거주택 상속공제 요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상속받는 자녀가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상 피상속인(아버지)과 계속 동거해야 하고, 무주택자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나는 운 좋게 이 조건을 만족하지만, 형과 누나는 어떤지 확인이 필요하다. 누구라도 하나의 주택만 동거주택 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네 번째는 부동산의 시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상속세는 시가 기준으로 평가되므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중요하다. 공시지가, 감정평가액, 시세 중 어디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미리 세무사와 상담해두면 좋다.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지금이 적기다
우리 같은 50대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 재산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우리 부모 세대로부터 상속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세대이다. 양쪽의 압박이 있는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는 또한 제도가 바뀌는 중요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2026년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현재의 재산 상황을 정리하고, 세무사와 상담해서 최적의 절세 전략을 짜는 것이다. 만약 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보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일부 재산을 미리 증여하고, 나는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고 현재 살던 집을 계속 지키기로 했다. 형과 누나와도 상속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얘기해두기로 했다. 이렇게 준비하면, 2026년 새 정책이 나왔을 때도 조정할 수 있고, 나왔지 않았을 때도 대비할 수 있다.
상속은 예고 없이 온다. 하지만 상속 준비는 미리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왜냐하면 2026년이라는 분명한 변화의 시점이 있고, 그 전에 현재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함께 부모님 세대의 자산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50대가 해야 할 첫 번째 준비다.
상속세 정책이 호락호락하게 나올 리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전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