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요약] 현재 달러-원 환율은 1475원대를 기록하며 7개월 만의 최고점 근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원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2026년 1500원대 환율까지 가능하다는 전문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1400원대가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잡으려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 환전소 앞을 지나가보셨나요? 한두 달 전만 해도 신경 쓰지 않던 환율 숫자가 이제는 거의 뉴스 헤드라인 수준이 되었습니다. 바로 달러-원 환율이 1475원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건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닙니다. 한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건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어제도, 그 전날도, 계속해서 원화는 달러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원화는 3.25%나 약해졌고, 지난 12개월을 보면 거의 5.5%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래로 최악의 환율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환율이 오르는 이유가 전통적인 무역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계속해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수출도 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원화는 계속 떨어지는 걸까요? 이게 정말 이상한 부분입니다. 과거 같았으면 이렇게 수출이 잘되면 달러가 들어와서 원화 가치가 올라야 정상입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돈의 이동 방향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도 많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달러가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은 경상수지에서 827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같은 기간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부문에서 810억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거의 같은 규모의 돈이 한 쪽에선 들어오고 다른 쪽에선 나간다는 뜻이죠.
서학개미들의 대대적 진격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열풍입니다. 올해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이 거의 1000억 달러에 가까웠다니, 이건 외국인 국내증권 투자액의 3배 이상입니다.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니 한국의 개인들도 너도나도 달러를 사서 미국 주식을 사 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원화가 환전되고 달러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뉴스에선 ‘서학개미의 부상’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한국의 환율을 움직이는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국민연금까지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한국 최대의 기금 운용 기관이라서, 이들의 해외 투자 결정은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한국의 모든 투자자가 달러를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죠. 이건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라는 함정
한국 금리와 미국 금리의 차이도 원화 약세의 주요 범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계속해서 강한 달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달러 자산이 더 매력적이 됩니다. 금리가 높으면 달러로 예금하거나 투자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반면 한국은 경제 성장이 미미하고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외 금리차가 벌어지게 되고, 이 차이가 클수록 투자자들은 원화보다 달러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지금 이 내외금리차가 꽤 크다 보니, 원화 약세 압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최근 몇 주일 동안 가장 극적인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입니다. 지난 11월 초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7조 원대의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웠습니다. 이건 정말 큰 규모의 매도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 때는 달러를 받아야 하니까, 이들이 원화를 대량으로 팔고 달러를 사게 됩니다. 결국 환율이 올라가는 거죠.
왜 외국인들은 한국을 떠날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와 미국 증시의 호황 비교입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하는 동안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성장하는 시장으로 몰린다는 거죠.
1500원이 정말 올까?
지금 전문가들의 예측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보수적인 전망도 1480원대를 넘나들고 있고, 공격적인 전망은 2026년 초 1500원대, 심지어는 1560원대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건 외환위기 당시 환율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진 않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섰고,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함께 환율 안정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정부 개입만으로는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막기 어렵다는 건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달러 수급 문제는 한국 정부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400원대가 새로운 기준점이 되는 걸까?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입니다. 과거에는 1300원만 넘어가도 ‘나라가 망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1470원대가 거론되는데,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담담합니다. 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1400원대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환율이 높아지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출 기업들에게는 좋은 뉴스입니다. 같은 상품을 팔아도 환전했을 때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해외 여행을 가거나 수입품을 구입해야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달러로 결제되는 모든 것이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미래 전망은?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결국 미국의 금리 정책과 한국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쏠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1500원대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상황이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입니다. 한국의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 고환율 현상은 계속될 겁니다. 이건 단순히 환율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의 글로벌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올해 환율의 변화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과거의 환율 수준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