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3분기 실적 발표, AI 거품론 논쟁에 종지부 찍나

핵심 요약

엔비디아가 2024년 3분기 매출 3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이라는 놀라운 수치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30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2% 급증하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여전히 강력하게 진행 중임을 증명했습니다. 4분기 가이던스로 375억 달러를 제시하며 성장 모멘텀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요즘 투자 커뮤니티나 경제 뉴스를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AI 거품론입니다. ChatGPT가 세상을 뒤흔든 지 2년이 지났고, 그 사이 엔비디아 주가는 천문학적으로 올랐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진짜 실체가 있는 성장인지, 아니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처럼 언젠가 터질 풍선인지 말입니다.

그런데 11월 20일 발표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적어도 지금 당장은 거품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숫자가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적 발표, 무엇이 달랐나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35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332억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전년 동기 매출이 181억 달러였으니, 1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입니다.

더 인상적인 건 데이터센터 부문입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를 공급하는 이 사업부의 매출이 30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년 대비 112% 성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썼습니다.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실제로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고 있어서,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거품론, 왜 계속 나오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거품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밸류에이션 문제입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계속해서 연간 100% 가까운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입니다. 문제는 현재 주가가 그 둔화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입니다.

둘째, AI의 실제 수익화 문제입니다. AI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기업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으로, 구글은 제미나이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정말 만족스러운 수준인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셋째, 경쟁 심화 우려입니다. AMD가 MI300 시리즈로 AI 칩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움과 인퍼런시아,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 칩까지.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영원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블랙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차세대 AI 칩 블랙웰입니다. 젠슨 황은 블랙웰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 출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블랙웰의 성능은 전작 호퍼 대비 획기적으로 향상됐습니다. AI 학습 성능은 4배, 추론 성능은 최대 30배까지 개선됐다고 합니다. 특히 추론 성능의 향상이 중요합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건 한 번이지만, 추론은 서비스가 운영되는 동안 계속됩니다. 추론 효율이 높아지면 AI 서비스의 운영 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블랙웰은 4분기부터 본격 출하가 시작됩니다. 엔비디아는 4분기 가이던스로 375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블랙웰 초기 물량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시장에서는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는 2025년에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AI 투자, 언제까지 계속될까

엔비디아의 실적은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에 달려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투자 축소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 회계연도에 데이터센터 투자로 800억 달러 이상을 집행할 계획입니다. 메타도 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과 아마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기업은 AI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줄이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기업용 AI 수요의 증가입니다. 처음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금융, 제조,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고객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AI 투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AI 투자는 경기와 무관하게 필수 투자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적 발표 후 주가 반응

재미있는 건 이번 실적 발표 후 주가 반응입니다.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했음에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른바 실적 발표 후 차익 실현 매물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전까지 이미 크게 올라 있었습니다. 좋은 실적이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4분기 가이던스가 시장의 가장 낙관적인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숫자를 기대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펀더멘털이고,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합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연간 90% 이상 성장하는 대형 기술주가 몇이나 될까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엔비디아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몇 가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첫째, 블랙웰의 실제 판매 추이입니다. 수요가 강하다는 건 확인됐지만, 공급 문제가 없는지, 고객사들의 실제 구매가 기대만큼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젠슨 황이 언급한 생산 이슈가 해결되는 속도도 중요합니다.

둘째, 데이터센터 외 사업부의 성장입니다. 게이밍, 자동차, 로봇 등 다른 사업부도 AI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장기적으로 큰 성장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 사업부들의 성장이 데이터센터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경쟁 환경의 변화입니다. AMD의 AI 칩이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이는지, 빅테크 자체 칩 개발이 엔비디아 매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엔비디아의 기술적 우위가 명확하지만, 기술 산업에서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거품론에 대한 현실적 평가

결론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AI를 거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거품의 정의가 실체 없는 기대감이라면, 엔비디아의 실적은 분명한 실체입니다. 매출, 이익, 성장률 모두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원한 고성장은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성장률은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3분기 전년 대비 성장률 94%는 2분기 122%보다 낮습니다. 이런 둔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른지 느린지입니다.

또한 AI 산업 전체와 엔비디아를 동일시하면 안 됩니다. AI 산업이 계속 성장하더라도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하락하면 엔비디아 주가는 부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I 투자가 다소 주춤하더라도 엔비디아가 점유율을 높이면 실적은 좋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AI 시대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줍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는 계속되고 있고, 기업용 AI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블랙웰이라는 강력한 신제품도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실적이 AI 거품론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거품론자들에게 강력한 반론을 제시한 건 분명합니다. AI는 여전히 기술 산업의 가장 뜨거운 테마이고, 엔비디아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앞으로 몇 분기가 더 중요합니다. 블랙웰의 실제 성과, 경쟁사들의 추격 속도, 빅테크의 투자 지속 여부가 엔비디아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분기마다 이런 지표들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업데이트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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