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사 요약
정부가 2026년 노인일자리 사업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09만 8천개에서 내년 115만 2천개로 5만 4천개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고 노인들의 소득 보전과 사회 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주로 경로당 배식 지원, 지역사회 통합돌봄, 노노케어 같은 공익활동 중심의 일자리가 확대될 예정이다. 급여는 월 29만원대로 일 3시간, 월 30시간 수준이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나 6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일하는 노인의 노령연금 감액 기준도 월 309만원에서 509만원으로 상향되어 일하면서 연금을 받을 때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 확대만큼 정보 접근성 강화와 실질적인 일자리 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버지가 노인일자리를 시작한 이유
아버지는 만 65세다. 저는 36살 직장인이고, 어머니는 62살이다. 아버지는 작은 건설회사에서 일했고, 정년은 60세였다. 5년을 더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올해 그만두셨다. 그때부터 시간이 많아지니 어머니와 자주 싸웠다. 뭐가 하고 싶으신 건지도 없어 보이고, 그냥 집에만 있으니 우울해 보였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으신 마음으로 동네 경로당에서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을 알아보셨다. 처음엔 돈을 번다기보다는 일할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버지도 막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오랜 시간 회사 일만 해온 사람이라 뭔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신청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내야 했고, 기초연금 수급 확인, 자산 조사 같은 것들이 있었다. 아버지 같은 경우는 기초연금을 받지 않으셨는데, 아버지 나이에 기초연금을 받는 조건을 다시 확인하고 신청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많이 챙기셨다. 아버지 혼자였으면 아마 포기했을 것 같다.
3개월을 일하며 본 현실
아버지가 배정받은 일은 경로당 급식 배달과 정리 정돈이었다. 일주일에 4일, 하루 3시간씩 일하셨다. 월급은 약 29만 원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적다고 생각했지만, 뭐 하는 일에 비하면 괜찮다는 아버지의 평가였다.
처음 한 달은 좋았다. 새로운 환경에 나가다 보니 마음도 활발해지시고,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계도 생겼다. 경로당에서는 점심도 나눠주고 하니까 그것도 좋으셨나 보다. 월급을 타서 저와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보여주셨다.
그런데 두 번째 달부터 아버지 표정이 달라졌다. 아버지의 등이 아파서 오래 서 있기 힘들어하셨다. 경로당 배식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밥을 담고 국을 담고, 할머니들을 이리저리 안내하고 정리 정돈을 하다 보니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왔다. 아버지는 건설 일을 하셨지만, 65세의 몸은 더 이상 건설 현장의 몸이 아니었다.
세 번째 달쯤, 아버지는 결국 그만뒀다.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벌면 기초연금이 깎인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처음 신청할 땐 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셨다. 월 29만 원을 버는데 기초연금이 깎이니, 실제로는 손에 들어오는 돈이 훨씬 적었다.
더 큰 문제는 허리 통증이었다. 약국 가서 파스도 붙이고 파라세타몰도 먹으면서 일을 하셨지만, 결국 못 견디셨다. 일하면서 새로운 운동 능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오래된 신체에 무리가 가는 거였다.
정책은 좋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가 2026년에 노인일자리를 115만 개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하면, 많은 노인들이 좋아할 것 같다.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우울감도 개선되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니. 정책 문서에 적힌 말들은 정말 좋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험을 보면, 현실은 많이 다르다. 첫 번째 문제는 정보 접근성이다. 아버지가 노인일자리를 알게 된 건 어머니가 경로당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노인들은 인터넷도 못 하는 분들이 많다. 동사무소에 공고가 나가도 본인이 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 하는 분들이 있다. 지역 신문이나 경로당 같은 곳에 더 많이 홍보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일자리의 질이다. 월 29만 원은 정말 적다. 아버지처럼 건설일을 하던 사람도 적다고 했다. 일주일에 4일, 하루 3시간이면 체력 있는 사람도 버겁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인일자리가 이런 수준이다. 경로당 배식, 공원 청소, 아동센터 보조 같은 일들이 주가 된다. 저임금 + 육체노동이라는 조합은 노인들에게 악순환을 만든다.
세 번째는 기초연금과의 관계다. 일하면 기초연금이 깎인다는 것을 아버지가 처음엔 몰랐다. 설명해 주는 과정도 명확하지 않았다. 2026년에는 월 509만 원 초과 소득 기준으로 올려진다고 했지만, 월 29만 원씩 버는 노인들에게는 여전히 기초연금이 깎일 수 있다. 그럼 왜 일을 하는가. 정책에서 빠진 부분이다.
네 번째는 신체 건강이다. 노인일자리가 노년기 신체 활동이 되길 원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건 건강한 노인을 위한 말이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관절이 안 좋은 노인들에게는 오히려 병을 키우는 일이 된다. 아버지 같은 경우 경로당 일을 하면서 허리가 더 안 좋아졌다. 그럼 의료비가 더 들어간다. 결국 번 돈으로 병을 삭정하는 악순환이다.
2026년 115만 개 일자리의 현실
정부는 2026년에 115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5만 4천개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숫자로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험을 보면,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먼저, 이 일자리들이 정말 노인들에게 맞는 일인가를 묻고 싶다. 대부분이 공익활동 성격의 저임금 일이다. 노년기에 소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가는 더 중요하다.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존엄성을 유지하고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초연금 수급 조건을 충족하는 저소득 노인들이 실제로 이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아버지처럼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이 다행이지, 혼자인 노인들은 어떻게 신청할까. 온라인 신청도 있지만, 노인들이 그걸 쉽게 할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지속성이다. 아버지가 3개월 만에 그만둔 것은 몸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 일이 노인을 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책이 좋으면 좋을수록, 현실에서 부딪히는 간격이 크면 크다.
정책보다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내가 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본 것은, 노인일자리 확대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질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필요한 건 정보 접근성 강화다. 경로당, 동사무소, 지역 커뮤니티센터 등 노인들이 자주 가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신청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누군가 대신 신청해주는 서비스도 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일자리 다양화다. 모든 일이 육체노동일 필요는 없다. 아버지처럼 건설일을 해온 사람도 있고, 사무직을 해온 사람도 있다. 그들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경험 많은 노인들이 젊은 세대를 가르치거나 상담하는 일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초연금 정책과의 연계다. 일을 해도 생계가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기초연금을 받으면서도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2026년에 월 509만 원 기준으로 올린다고 했으니, 이 부분은 개선될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신체 건강 검사와 일자리 배치의 연계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일을 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버지처럼 허리가 안 좋은 사람에게는 서서 일을 많이 하는 배치를 피해야 한다. 간단한 건강 검사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 같다.
아버지는 지금
아버지는 지금 일자리를 안 하고 계신다. 어머니가 혼자 일을 해보라고 권했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셨다. 아직도 허리가 안 좋으시고, 그 정도 돈을 벌기 위해 몸을 더 상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대신 아버지는 주말에 나랑 산을 가거나, 날씨 좋은 날 공원을 산책하신다. 친구들도 가끔 만나신다. 어떻게 보면 노인일자리가 못한 역할을 스스로 찾으신 것 같다. 소일거리와 사회 교류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신 것이다.
그래서 더 생각해 본 것은,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아버지 같은 분들이 시행착오 없이 바로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2026년을 맞이하는 노인들에게
2026년에 노인일자리가 확대된다는 건 분명 좋은 소식이다. 더 많은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발표와 실제 경험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있다.
만약 당신의 부모님이 노인일자리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부모님의 건강 상태와 체력을 정직하게 평가해 보길 권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몸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정말 월 29만 원짜리 일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부에 바라는 것은, 숫자보다는 질이다. 115만 개 일자리도 좋지만, 그 일자리가 노인들의 존엄성을 지키고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정보 접근성도 높이고, 신청 과정도 단순하게 해야 한다.
아버지의 3개월은 짧았지만, 나에게는 많은 것을 깨쳐줬다. 정책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정책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먼저 보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