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규제 한 달, 오히려 빚투 열풍 속 시장의 역설

핵심 내용 정리

정부가 10월 15일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전세난 심화, 청약통장 대량 해지, 거래 절벽 속 빚투 열풍이라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매 거래는 80% 급감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 중이며, 규제를 피한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정부는 규제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전세 매물도 없고 월세는 계속 올라서 허리가 휜다고 아우성입니다. 대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난 10월 15일,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국토부는 전셋값 상승폭이 크지 않고 오히려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안정화 신호를 언급했지만, 현장의 온도는 사뭇 다릅니다.

전세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규제 발표 이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전세 시장의 급격한 변화입니다. 서울의 입지 좋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고,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1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누적 상승률 2.47%를 기록했습니다. 거의 8개월째 오르고 있는 셈이죠.

더 심각한 건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2.6%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12.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입니다. 전세금이 올랐지만 전세 대출마저 막혀버리니, 결국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나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연초 대비 7% 이상 올라 월 140만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8월과 비교했을 때 전세 매물이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부동산 플랫폼 데이터를 보면 1월 대비 전세 매물은 오히려 17% 이상 감소했습니다. 통계의 기준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건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세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집값은 여전히 오른다

규제의 효과는 거래량에서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10.15 대책 발표 후 3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79% 급감했습니다. 거의 80%가 사라진 셈이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매를 하려면 구청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추가됐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습니다. 팔리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매물을 거둬들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거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거래가 80% 급감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진 건 아닙니다.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일주일 만에 0.19% 올랐습니다. 상승폭이 직전 주 0.23%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래는 얼어붙었는데 가격은 버티고 있는 이상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강남 3구나 한강벨트 지역처럼 이미 규제가 적용되고 있던 곳은 10.15 대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신규 입주 아파트는 오히려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입지 좋은 곳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작 규제가 필요한 곳에는 별 효과가 없고, 실수요자들만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풍선효과, 규제 밖 지역으로 번지다

규제를 비껴간 지역에서는 예상했던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전역과 남부 12개 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경기 구리나 화성 같은 수도권 외곽 지역은 규제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자 이 지역들의 집값 상승폭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1월 첫째 주 구리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0.52%로, 일주일 전보다 3배 이상 뛰었고 화성시 동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추가 규제 지역 지정을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실무국장이 구체적인 검토사항이 없다고 번복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규제 지정 기준은 명확합니다. 한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에서 1.5배로 뛰면 언제든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거든요. 지금 구리나 화성의 상승률을 보면 이미 그 기준을 충족한 상태입니다. 정부가 망설이고 있는 건 타이밍 때문입니다. 너무 늦게 규제를 가하면 풍선효과가 더 커질 수 있고, 너무 빨리 누르면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으니까요.

입주율 급락, 집값 하락의 신호일까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4%로, 3채 중 1채는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한 달 전보다 7.2%포인트나 떨어졌고, 특히 광역시와 지방은 1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새 아파트가 지어졌는데 왜 입주를 하지 않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주택 매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명 중 4명은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으로 이사를 못 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새집으로 옮기기 위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전세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으니 입주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게 집값 하락의 전조일까요? 아직 단언하기는 이릅니다. 지역별로 온도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방이나 미분양이 쌓이는 지역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입지 좋은 곳은 여전히 집값이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율 하락이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청약통장 해지 러시,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주택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던 청약통장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2년 8월부터 3년 가까이 청약통장 해지가 이어지면서 무려 200만 개 이상의 계좌가 사라졌습니다. 정부는 청약통장 금리를 올리고 소득공제 혜택을 강화하며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무주택자들의 반응입니다.

당첨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고, 수백 번 납입해도 차례가 오지 않으니 차라리 깨자는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정말 원하는 입지의 아파트는 규제가 너무 높아서 접근조차 어렵습니다. 최근 분양한 반포 아파트는 현금 대출이 2억 원으로 제한됐는데도 30억 원 이상 자산가 5만 명이 몰리면서 1순위 경쟁률이 200대1을 넘었습니다. 일반 실수요자들이 끼어들 틈이 없는 거죠.

정부가 지원하는 생애 최초 주택 혜택도 주택가격 6억 원 이하에만 적용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원하는 곳에 집을 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청약통장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최후 보루인데, 이마저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빚투 열풍, 규제가 오히려 부채 투자를 부추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거래가 막히고 시장이 얼어붙자,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피가 변동성을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K변동성지수가 치솟고 있습니다.

규제로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는 막혔지만, 정작 투기성 자금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셈입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오히려 자금력 있는 사람들만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이들은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국토부의 진단, 현장과 다른 온도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규제가 실질적인 수요를 제대로 겨냥하지 못했거나, 이미 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미리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정부 당국자가 이렇게 말하면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10.15 대책 발표 직후 정부는 연내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전월세 대책, 공급 대책, 지방 미분양 대책 등 빠진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다는 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나

지금 부동산 시장은 참으로 복잡한 모습입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가격은 버티고 있고, 전세난은 심화되고 있으며,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는 한편으로 빚투 열풍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은 오히려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도한 시장 안정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거죠. 앞으로 정부가 추가 대책을 어떻게 내놓을지, 그리고 그 대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 불안과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도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지금은 섣부른 판단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기입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