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자도 최저임금 못 받는다, 방송인의 불편한 진실

당신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으며 나오는 연예인을 볼 때, 그 사람이 얼마를 받았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대형 연예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프리랜서 방송인들은 한 번의 출연으로 받는 돈이 당신의 월급보다 적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돈도 계약서 한 장으로 쉽게 깎인다는 점입니다.

몇 달 전 한 라디오 진행자는 SNS에 올린 글에서 “예능 출연료가 최저임금보다 낮을 수 있다”고 공개했다가 업계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금기를 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현실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방송인은 근로자가 아닌가

당신이 어떤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최저임금은 보장됩니다. 2026년 기준 시급 11,090원, 월 2,316,000원입니다. 하루 8시간 일하면 이 이상은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프리랜서 방송인은 이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법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즉, 최저임금 이하로 받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모순입니다. 일을 하고 있는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특수형태근로자 범주에는 택배 기사, 대출 모집인, 그리고 방송인들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회사에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시를 받고 일합니다. 방송국이 제시한 시간에 출연하고, 제시된 내용을 말하고, 제시된 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방송인의 계약서 함정, 당신도 당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갑자기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면, 이런 계약을 맺게 될 겁니다. “출연료는 출연 후 30일 이내 지급합니다.” 이 문장 하나로 30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회사의 형편이 나빠지면? “유명한 분의 출연료를 깎았으니 당신도 양해해달라”는 통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항의할 근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출연 후 방송국이 “시청률이 저조했다”며 출연료를 깎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이 한 일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인기도로 당신의 급여가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정규직 직원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 부당해고로 소송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계약서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촬영 후 자료 사용에 대해 추가 요청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조항. 이것은 당신이 받은 출연료 외에, 그 영상이 유튜브에도 올라가고, SNS에도 올라가고, 2년 뒤 재방송에도 올라가도록 하면서 추가 비용은 안 준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재방송료는 원본 출연료의 30~50% 정도인데, 특수형태근로자는 이것도 받지 못합니다.

한 달에 100만 원 버는데 최저임금 개념이 없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30대 여성 라디오 진행자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물론 익명 처리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평일 저녁 라디오 프로그램을 3개 진행합니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스튜디오에서, 같은 업무를 합니다. 정규직 직원이 하는 일과 같습니다. 하지만 월급은 약 100만 원입니다.

서울의 월세가 50만 원이고, 식비와 교통비, 통신료를 합치면 또 50만 원이 듭니다. 남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정규적인 프로그램이 3개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프리랜서 방송인은 한두 달에 1~2회 출연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한 번에 20만 원을 받는다면, 월 40만 원입니다. 최저임금의 1/6 수준입니다.

이들은 일을 더 하려고 노력합니다. SNS 팔로워를 늘리고, 개인 채널을 만들고, 유튜브 영상을 올립니다. 모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불안정합니다. 한 번의 스캔들, 한 번의 악플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정규직 직원이라면 회사의 보호를 받지만, 프리랜서는 혼자입니다.

2026년 특수형태근로자 보호법 개정, 충분한가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했습니다. 2024년 특수형태근로자 보호법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2026년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특수형태근로자에게 기본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산재보험, 퇴직금, 고용보험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이 법안에는 최저임금 보장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산재보험과 퇴직금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한 만큼 받는 것”입니다.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데, 무슨 퇴직금이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법이 방송인을 포함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택배 기사는 명확히 포함되지만, 방송인은 어떻게 분류될까요? 방송국과 협회가 법의 적용 범위를 놓고 싸울 것이 뻔합니다. 결국 가장 약한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프리랜서든 정규직이든 최소한의 계약 기준이 있습니다. 방송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 출연료가 정해져 있고, 이것을 위반하면 방송사가 법적 책임을 집니다. 또한 저작권 문제도 명확합니다. 한 번의 출연료로 영상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재사용할 때마다 추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

영국의 BBC는 특수형태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이들도 정규직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근무 시간, 최소한의 급여, 최소한의 휴가가 보장됩니다. 덕분에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은 이것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역행하고 있습니다. 방송 산업이 축소되면서 더 많은 인력을 프리랜서로 채용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특수형태근로자는 회사의 입장에서 완벽한 착취 구조입니다.

당신도 내일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

2026년 한국 사회는 정규직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신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자, 플랫폼 워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현재 정규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회사 구조조정, 산업 변화, 경제 위기 등으로 언제든 프리랜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당신도 이 불공정한 계약 구조를 마주하게 됩니다.

방송인의 문제는 먼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택배 기사, 대출 모집인, IT 프리랜서, 건설 용역자 등 수백만 명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신도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얼마를 받는지, 그것이 공정한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투표할 때 이 문제를 고민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세요.

특수형태근로자 보호법의 개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남은 것은 얼마나 강하게 개정되는가, 최저임금 보장이 포함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책 싸움입니다. 그리고 정책 싸움에서는 여론이 가장 중요합니다.

방송인도 근로자입니다. 당신도 내일 그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그들의 불공정이 해결될 때, 당신도 보호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것은 연대의 문제입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수백만 프리랜서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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