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안읽씹’ 기능 논란, 편의일까 관계 파괴일까? 카카오의 선택

핵심 요약

카카오가 이번 달 챗GPT 기반 AI를 카카오톡에 탑재하고, 연내 ‘안 읽은 메시지 미리보기’ 기능을 선보인다. 상대방에게 읽음 표시 없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여유롭고 정확한 소통”을 표방하지만, 안읽씹 문화를 제도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편의성과 관계의 신뢰 사이에서 MZ세대의 디지털 소통 방식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터진 카톡 안읽씹 논란

요즘 카톡방이 뜨겁다. 그것도 기능 하나 때문에. 카카오가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안 읽은 메시지 미리보기’ 기능이 공개되자마자 찬반 양론이 폭발했다. SNS에는 “드디어 해방이다”와 “이게 무슨 인간관계냐”는 극과 극 반응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카톡 안읽씹은 이미 현대인의 필수 생존 스킬이라는 걸. 알림창에서 슬쩍 내용 확인하고, 홈 화면에서 위젯으로 읽고, 심지어 비행기 모드 켜고 읽는 고수들까지.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읽씹을 피해왔다. 그런데 카카오가 이걸 정식 기능으로 만든다니, 논란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카카오의 속내, “여유로운 소통”

카카오 측은 이 기능을 “즉각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여유롭고 정확한 소통을 돕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럴싸하게 들린다. 회의 중이거나 운전 중일 때, 급한 메시지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면 분명 편리하다. 업무 메시지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서 답장할 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기능을 환영한다. “왜 메시지 읽고 바로 답해야 하냐”, “나도 내 시간이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20대들 사이에서는 “드디어”라는 반응이 더 많다. 메시지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챗GPT 기반 AI 탑재와 함께 발표된 것도 타이밍상 흥미롭다. 카카오는 기술적 진화를 통해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기술 발전이 인간관계까지 바꿔도 되는 걸까?

안읽씹 공식화에 쏟아지는 우려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건 안읽씹 문화를 제도화하는 거다”라는 비판이 핵심이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안읽씹이 정식 기능이 되면, 관계에서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너진다는 우려다.

생각해보면 일리 있다. 지금까지는 “아, 못 봤어”라고 둘러댈 여지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생기면 상대방은 알게 된다. “쟤가 내 메시지 읽고도 안 읽은 척하네.” 이건 단순히 늦게 답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무시한 거다. 관계에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연인이나 가까운 사이에서 이 기능이 어떻게 쓰일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읽씹도 서러운데 안읽씹까지 하겠다고?” 카톡 읽음 표시 때문에 다투는 커플들, 이미 많지 않나. 여기에 안읽씹까지 더해지면 관계의 온도를 재는 새로운 지표가 생기는 셈이다.

MZ세대의 소통 방식이 바뀐다

사실 이 논란의 밑바탕에는 세대 간 소통 방식의 차이가 깔려 있다. 예전 세대는 메시지를 받으면 바로 읽고 답하는 게 예의였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무슨 일 있나 걱정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 20대들은 다르다. 메시지는 실시간 소통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확인하고 답하는 비동기 소통 도구다. “내가 여유 있을 때 답하면 되지, 왜 지금 당장 답해야 해?”라는 생각이 당연하다.

이건 단순히 무례함이나 관심 없음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계 설정이다. 24시간 연결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24시간 반응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번아웃을 피하고 자신의 시간을 지키려는 자기 보호 본능이기도 하다.

기술이 관계를 망칠까, 발전시킬까

카카오톡의 이번 결정은 기술과 인간관계의 미묘한 균형점을 건드린다.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편의성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특히 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읽음 표시 기능만 해도 그렇다. 처음 나왔을 때 “왜 내가 언제 읽었는지까지 알려줘야 하냐”며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읽음 표시가 있어서 상대가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알 수 있어 편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소통 규칙으로 자리 잡은 거다.

안읽씹 기능도 마찬가지가 될까? 아니면 관계의 거리감만 더 벌려놓을까? 정답은 없다. 결국 이 기능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진짜 급한 상황에서만 쓴다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남용한다면 관계는 서서히 식어갈 것이다.

선택적 프라이버시의 딜레마

흥미로운 건 이 기능이 “선택적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내가 원할 때만 읽음을 숨기고, 원할 때는 공개할 수 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정말 건강한 소통일까?

관계에서 일방적인 정보 비대칭이 생기면 불신이 싹튼다. 나는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알 수 있는데, 상대는 내가 읽었는지 모른다면? 혹은 그 반대라면? 이미 파워 게임이 시작된 거다.

“오늘은 안읽씹 기능 써야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와의 관계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한테는 빨리 답해야 하고, 저 사람한테는 천천히 해도 되고. 관계가 우선순위로 나뉘는 순간이다.

카톡방 문화, 또 한번 전환점

단톡방 문화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읽씹이라도 하면 “최소한 확인은 했구나” 싶은데, 안읽씹이 가능해지면 누가 정말 확인했는지 알 수 없다. 공지사항 올려도 “못 봤어요”가 진짜 변명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회사 단톡방은 더 복잡해진다. 업무 지시를 안읽씹으로 확인만 하고 나중에 “못 봤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기능 자체가 업무용에서는 제한될까? 카카오톡이 업무 소통 도구로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한국에서 이건 꽤 중요한 문제다.

학교나 동호회 같은 소규모 모임에서도 미묘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야 너 메시지 확인했지? 왜 답 안 해?” 이런 의심이 늘어나면 관계가 피곤해진다. 카톡 하나로 사람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결국은 사용자의 선택

카카오는 이번 기능을 선택 사항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쓰고 싶은 사람만 쓰라는 거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 명이 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쓰게 된다는 점이다.

“너는 왜 안읽씹 기능 안 써? 나한테만 바로바로 답하는 거 부담스러워하는 거야?” 이런 압박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모두가 쓰거나, 아무도 안 쓰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읽음 표시처럼 말이다.

기능 자체의 선악을 따지는 건 의미 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 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정말 필요할 때만 쓴다면, 그래서 더 신중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관계를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면 문제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이 논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정말 연결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혼자 있고 싶은 걸까? 메신저는 계속 울리는데 답하고 싶지 않은 이 피로감은 대체 뭘까?

어쩌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관계를 유지하려다 보니 모든 관계가 피상적이 되고, 그러다 보니 메시지 하나에도 부담을 느끼는 거다. 안읽씹 기능은 증상일 뿐, 진짜 병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카카오의 이번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기능이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는 소통 방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메시지는 빨리 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 답하는 게 중요하니까.

연내 도입 예정인 이 기능, 당신은 쓸 건가? 아니면 기존 방식을 고수할 건가? 선택은 자유지만, 그 선택이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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