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만 빠르게
지난 9월 23일,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4.2점에서 1.0점까지 추락했고, 사용자들은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을 공유하며 개편 거부 운동을 벌이는 중이에요. 가장 큰 불만은 친구 목록이 사라지고 인스타그램처럼 피드 형태로 바뀐 친구탭과 메인 화면에 등장한 숏폼 기능입니다. 카카오 주가도 5% 넘게 급락하며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확인했죠.
아침에 카톡 켰다가 화들짝 놀란 사람들
“어? 카톡이 왜 이래?”
평소처럼 카카오톡을 켰는데 갑자기 낯선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친구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정렬돼 있던 익숙한 친구 목록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법한 사진들이 격자 형태로 쫙 깔려 있더라고요. 회사 상사의 주말 등산 사진, 별로 친하지도 않은 거래처 담당자의 프로필 변경 내역, 심지어 전화번호만 저장해둔 집주인의 사적인 사진까지.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보게 되는 이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신저 앱에서 친구 목록이 안 보이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네이트온을 다시 깔았다는 농담 섞인 댓글도 달렸어요. 카카오가 자신 있게 내놓은 이번 개편이 왜 이렇게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걸까요?
친구 목록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큰 변화는 친구탭입니다. 기존에는 친구의 이름,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가 깔끔하게 목록으로 정렬돼 있었어요. 필요한 친구를 찾아 바로 대화를 시작하는 간단명료한 구조였죠. 그런데 이제는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 배경 사진,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처럼 피드 형태로 표시됩니다.
카카오톡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친구들의 일상 사진이에요. 누가 프로필을 바꿨는지, 배경화면을 언제 변경했는지, 과거에 어떤 사진을 올렸는지까지 타임라인처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죠. 문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런 기능을 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쓰는 직장인들의 반발이 거세요. “별로 친하지 않은 상사의 사진을 매일 봐야 한다니 스트레스”라는 의견부터 “업무용 연락처까지 사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불만까지 쏟아졌습니다. 한 직장인은 “전화번호를 바꾼 사람이 내 주소록 이름을 쓰고 있다 보니, 모르는 사람의 사진이 첫 화면에 떡하니 떠 있었다”며 황당함을 토로했어요.
숏폼까지 등장한 카카오톡
친구탭만 바뀐 게 아닙니다. 기존 오픈채팅 탭이 ‘지금’ 탭으로 바뀌면서 숏폼 영상이 메인 기능으로 자리 잡았어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처럼 짧은 영상을 끝없이 스크롤하며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부분에서 특히 부모들의 우려가 커졌어요. 그동안 아이들이 숏폼에 중독되지 않도록 각종 앱을 차단하고 관리해왔는데, 카카오톡에 숏폼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오니 막을 방법이 없어진 거죠. 한 학부모는 커뮤니티에 “그동안 아이가 숏폼을 보지 못하도록 차단해왔는데, 카톡에 기본 기능으로 들어오니 방법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카카오는 “끝없이 스크롤 하며 지금 뜨는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며 이 기능을 소개했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해요. “메신저에서 왜 숏폼을 봐야 하냐”,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가 있는데 굳이 카톡에서?”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자동 업데이트 끄기 열풍
불만이 커지자 사용자들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어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카톡 자동 업데이트 대참사 막는 법”, “카톡 업데이트 절대 하면 안 되는 이유” 같은 제목의 글들이 폭발적으로 공유됐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한 뒤 우측 상단 점 세 개를 눌러 자동 업데이트 사용을 해제하면 되고, 아이폰 사용자는 설정에서 앱스토어로 들어가 앱 업데이트를 비활성화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 향후 강제 업데이트가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1점 리뷰가 폭주했습니다. 기존 4.2점이던 평점이 9월 26일 3.7점, 28일 3.0점, 29일 2.5점으로 떨어지더니 9월 30일에는 1.2점까지 추락했어요. 그리고 10월 2일에는 이론상 최저 평점인 1.0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병무청 앱과 동일한 평점이라고 하네요.
“쓸데없는 광고와 인스타 따라하기 같은 피드 노출 때문에 기본 기능조차 불편합니다”, “당장 업데이트 무효시키세요”, “애초에 메신저 앱이 왜 인스타를 질투합니까” 같은 리뷰가 쏟아졌어요. 한 리뷰는 “사용자 의견은 무시되고, 편의성은 사라지고, 불필요한 기능만 늘어난 최악의 업데이트”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카카오의 슈퍼앱 야심과 사용자 니즈의 괴리
카카오가 이렇게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뭘까요?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 정도 변화는 카카오톡 역사상 없었다”며 “사용자 목소리에 주목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슈퍼앱으로 진화시키겠다는 포부였죠.
실제로 카카오는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고민해왔어요. 2023년에는 펑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싸늘한 평가를 받았고, 카카오스토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밀려 거의 사장된 상태입니다. 이미 망해버린 카카오스토리를 다시 살리기보다는 5천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자체를 소셜 미디어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던 거죠.
하지만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에서 원했던 건 슈퍼앱이 아니었어요. 빠르고 간단한 메시지 전달, 직관적인 친구 찾기, 군더더기 없는 인터페이스. 카카오톡의 강점은 바로 이 단순함과 편리함이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그 핵심 가치가 흔들린 겁니다.
한 사용자는 “카톡은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사용자는 “SNS를 하고 싶으면 인스타그램을 쓰지, 왜 카톡을 써야 하냐”고 비판했어요. “쉰내 나는 인스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이번 개편은 ‘쉰스타 업데이트’라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냉담
사용자들의 불만은 주식시장에도 반영됐어요. 개편 소식이 알려진 후 카카오 주가는 5% 넘게 급락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민 메신저의 정체성을 흔드는 시도가 자칫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죠.
그나마 카카오톡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대규모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카톡이 이대로 뇌 빼고 이상한 업데이트하면 다른 메신저 앱 나오면 그걸로 갈아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실제로 일부 사용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이트온을 다시 깔았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카카오톡 개편이 새로운 진화가 될지, 최악의 개편으로 기록될지는 카카오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구버전과 신버전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면 이런 논란 없이 넘어갔을 거라는 지적도 나와요.
사용자들은 프로필 공개 범위를 조정하거나 게시물을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설정으로 임시방편을 찾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카카오가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인터페이스 선택권을 주거나, 최소한 친구 목록을 쉽게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지 주목됩니다.
15년간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 변화와 혁신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