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함에서 노란색 전기요금 고지서를 꺼냈습니다. 2023년 7월, 2024년 7월, 2025년 8월. 세 장의 종이를 나란히 펴놓고 보니 한숨이 나왔어요. 가족 네 명이 사는 집인데, 매년 여름마다 들어오는 고지서의 금액이 확실히 달랐으니까요. 기본급은 같은데, 냉방기기 사용량 때문에 나가는 돈만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모두 ‘누진제’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정말 답답했어요.
2023년 여름 전기료 고지서를 펼쳤을 때
처음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던 건 2023년 7월입니다. 기본요금은 910원으로 같은데, 사용량이 310kWh였어요. 당시에는 누진제 구간이 1단계(0~200kWh), 2단계(201~400kWh), 3단계(401kWh 이상)였습니다. 200kWh까지는 1단계 요금인 kWh당 120원, 초과분 110kWh는 2단계 요금인 kWh당 214.6원이 적용됐어요. 계산해보니 총 전력량 요금만 약 47,000원이었습니다. 기본요금 910원, 여기에 세금과 기후환경요금까지 포함되니 최종 청구액은 55,800원이었어요.
냉방비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진제 때문에 얼마나 더 내는 건지 계산해봤어요. 만약 누진제가 없었다면? 310kWh에 1단계 요금인 120원만 적용되었다면 총 37,200원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면 최종 청구액은 약 45,000원 정도였을 거고요. 누진제 때문에 약 11,000원을 더 낸 셈이었어요.
2024년 여름이 오니까 더 충격적이었어요
작년 여름은 진짜 폭염이었습니다. 에어컨이 거의 일 24시간 돌아갔어요. 아이들이 있으니 실내온도를 27도 정도로 유지해야 했거든요. 7월 고지서를 받았을 때 사용량은 380kWh였습니다. 2023년보다 70kWh를 더 썼는데, 요금은 엄청나게 올랐어요. 계산해보니 전력량 요금만 약 63,000원이었습니다.
1단계(200kWh): 120원 × 200 = 24,000원 2단계(180kWh): 214.6원 × 180 = 38,628원 총 62,628원
그런데 누진제가 없었다면? 380kWh에 1단계 요금만 적용되면 45,600원입니다. 최종 청구액으로 보면 2024년 여름은 약 72,000원을 냈는데, 누진제가 없었다면 55,000원 정도였을 거예요. 누진제 때문에 약 17,000원을 더 낸 겁니다. 2023년보다 6,000원을 더 손해 본 거네요.
2025년 여름, 드디어 누진제 완화를 느꼈어요
올해는 달랐습니다. 정부가 7월과 8월에 한시적으로 누진제 구간을 확대해주었거든요. 여름철에는 1단계 구간이 200kWh에서 300kWh로, 2단계 구간이 400kWh에서 450kWh로 늘어났습니다. 우리 집도 같은 정도로 에어컨을 썼는데 (약 360kWh), 요금은 눈에 띄게 줄었어요.
1단계(300kWh): 120원 × 300 = 36,000원 2단계(60kWh): 214.6원 × 60 = 12,876원 총 48,876원
정부가 말한 대로 정말로 요금이 줄었습니다. 최종 청구액이 약 58,000원이었어요. 2024년의 72,000원과 비교하면 약 14,000원을 아낀 거고, 2023년보다도 2,000원을 더 적게 냈어요. 고지서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정책이 바뀌면 요금이 이렇게 차이 난다니요.
고지서를 나란히 놓고 계산해보니 보이는 것들
세 장의 고지서를 다시 정렬해서 본다면:
2023년 7월 (310kWh): 55,800원 2024년 7월 (380kWh): 72,000원 (누진제 가중) 2025년 8월 (360kWh): 58,000원 (누진제 완화)
가장 흥미로운 건 사용량입니다. 2023년은 310kWh, 2025년은 360kWh로 50kWh를 더 썼는데, 요금은 2,200원만 더 올랐어요. 만약 누진제가 지금처럼 유지된 상태였다면, 50kWh 추가 사용은 2단계 구간을 더 침범하게 되어 요금이 훨씬 더 올랐을 겁니다. 대략 5,000원 이상 더 나왔을 거예요.
정부의 누진제 완화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한 셈이었어요. 더 이상 “통장에 돈이 남아 있어도 에어컨 켜기 무서운” 그런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지난 3년 고지서가 말해주는 것
고지서를 비교하면서 깨달은 건, 누진제가 결국 가정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우리 집은 4인 가족이고, 여름에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실내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고령 부모님이 있는 집은 더 심할 겁니다. 하지만 누진제는 누가 왜 많이 쓰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사용량이 많으면 무조건 더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에요.
1~2인 가구는 사용량이 적으니 1단계 요금만 내는데, 4인 이상 가족은 기본적으로 사용량이 많아서 항상 2, 3단계 요금을 내게 됩니다. 결국 형편이 어려운 대가족일수록 누진제로 인한 부담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2024년 고지서를 다시 들고 한숨 쉬는 이유
사실 한 번 더 계산해본 게 있어요. 2024년에 만약 누진제 완화가 있었다면 얼마를 낼 뻔했을까 하는 겁니다. 만약 당시에도 누진제 완화가 적용되었다면, 2024년 380kWh 사용에 대해:
1단계(300kWh): 120원 × 300 = 36,000원 2단계(80kWh): 214.6원 × 80 = 17,168원 총 53,168원
최종 청구액은 약 63,000원이었을 겁니다. 실제로는 72,000원을 냈으니, 누진제 완화 없이는 약 9,000원을 더 낸 거네요. 그 9,000원은 저희 가족이 여름 도시락 한두 번 사먹을 수 있는 돈이었어요.
2026년 누진제 폐지를 기대하는 이유
올해 여름 누진제 완화를 경험하면서, 정말로 누진제가 폐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정부에서 논의 중인 “여름철 연중 누진제 완전 폐지” 정책이 2026년부터 시행된다면, 우리 같은 가족들에게는 정말 큰 변화가 될 거예요.
만약 누진제가 완전히 폐지되고 단일 요금제로 변경된다면, 고지서의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 겁니다. 추가로 얼마를 더 낼지 계산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고정된 요금만 내면 되니까요. 현재 누진제 완화로 느껴지는 17,000원 정도의 차이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연간으로는 약 30,000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거고요.
현실적인 기대와 우려
하지만 온전히 기대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누진제를 어떻게 재편성할지 아직도 논의 중이기 때문입니다. 누진제 완전 폐지, 단일 요금제 도입, 아니면 완화된 현 상태 유지… 여러 방안이 있어요.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전력료 인상입니다. 지난 수년간 한전의 누적 손실이 쌓이면서, 정부는 누진제 폐지와 동시에 기본 요금이나 1단계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누진제 폐지로 인한 절감액이 기본 요금 인상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들 거예요. 매달 전기료 고지서를 받으면서 “올 달은 몇 단계 요금을 내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고지서를 펴봐도 누진제 때문에 얼마나 손해 봤는지 계산하며 짜증낼 필요도 없을 거고요.
3년의 고지서가 내게 가르쳐준 것
서류함에서 꺼낸 세 장의 고지서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2024년의 72,000원은 분명 부당했고, 2025년의 58,000원이 그 부당함을 일부 보정했습니다. 2026년에는 그 부당함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물론 전기료를 절약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약을 강제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진제처럼 돈으로 압박하는 방식보다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말이에요. 에너지 기술 발전, 효율적인 기기 사용, 정부 지원 정책…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고지서 세 장을 다시 서류함에 넣으면서, 2026년 여름을 기대합니다. 어떤 정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24년처럼 72,000원의 요금 폭탄을 맞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2026년 여름 고지서를 받았을 때, 올해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진제 폐지라는 정책이 정말로 가정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는, 그런 정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