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힘들다”던 가해자 가족, 결국 무엇을 원하는가… 음주운전으로 빼앗긴 생명

주요 내용 요약

올해 10월 경기도 양주에서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36세 직장인 이종희씨는 친구들을 만나고 귀가하던 중 만취 상태의 50대 운전자가 몰던 흰색 SUV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장 악랄한 부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요. 가해자의 가족이 최근 언론에 나와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호소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더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내년 5월을 기다리며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될 기회는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뀐 운명

밤 8시. 평범했던 한 남자의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종희씨는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쌍둥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5월에 태어날 두 아이의 얼굴을 상상하며 말이죠. 그런데 그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인도로 갑자기 돌진해 온 흰색 SUV. 그것이 그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의사들의 애쓴 노력도 그를 되살리지 못했습니다. 36년의 인생, 그리고 앞으로 만날 수 있었던 수십 년의 시간이 단 몇 초 사이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이것이 음주운전의 현실입니다. 화면으로 보는 뉴스가 아니라, 내 옆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가해자는 정말 ‘피해자’인가

가해자 가족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는 말 말입니다. 법적으로 피해자라는 표현이 맞는지에 앞서, 인간적인 공감능력의 부재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물론 범죄자의 가족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법적 책임, 민사상 배상, 사회적 낙인 등으로 고통받게 되죠. 하지만 ‘피해’의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년 5월 태어날 쌍둥이는 아버지 없이 이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 아내는 남은 인생을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매해 생일마다, 대학 입학식마다, 결혼식마다 한 명의 빈자리가 느껴질 것입니다.

이것을 가해자 가족의 고통과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무분별한지 생각해보면, 그 발언의 부당함이 명확해집니다. 피해자 유족들이 느낀 분노는 당연합니다.

음주운전,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음주운전은 왜 계속 반복될까요? 단순히 운전자의 도덕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음주문화에 관대합니다. 직장 동료와의 저녁 약속, 회식 문화에서 술을 마신 후 자가용으로 귀가하는 것이 비난받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항상 다른 길로 피해왔는데 이번도 괜찮겠지’는 생각들이 교통사고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른 시간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도 있고, 밤 8시 인도에서 어떤 예고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보행자도 있습니다. 그 사이의 불공평함, 그 확률 게임에서 진 사람들의 죽음이 이종희씨와 같은 피해자들입니다.

최근 수년간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뉴스에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 엄격한 처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택시 기본요금 인상으로 귀가 수단을 더 접근성 있게 만드는 것, 주말 심야 대중교통 확충,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낙인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법적 책임과 피해자 지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이 사건의 가해자에게 어떤 법적 책임이 부과될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일반 교통사고보다 훨씬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처벌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피해자 유족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도 큰 문제입니다. 36세의 한 남자가 벌어들인 경제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쌍둥이가 대학을 갈 때까지의 양육비, 교육비, 그리고 심리 치료비까지… 계산할 수 없는 손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 유족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충분한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일시적인 보상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심리 상담, 아내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사회적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가해자 가족의 발언이 남긴 것

결국 가해자 가족의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는 발언은 무엇을 보여줍니까?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피해자의 고통과 같거나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를 다시 한 번 무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진정 진지했다면, 공개적으로 언론에 호소하기보다는 조용히 반성하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합의를 모색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먼저 이야기하는 모습은 피해자 유족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음주운전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묻는 사안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누구인가, 진정한 책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5월, 쌍둥이는 아버지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수많은 순간에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낄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작지 않은 고통입니다. 가해자 가족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지만, 피해자 유족들의 상처는 평생을 함께할 겁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합니다. 더 엄격한 법으로, 더 강한 인식 전환으로, 그리고 우리 각자가 더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함으로써 말입니다. 36세 한 남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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