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의 역사가 반복된다” 인천 부동산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인천에 사는 50대 자영업자가 있다. 작년 초부터 조용히 서울 진출을 준비해왔다. 인천 집이 팔리면 2억원 정도 더해서 서울 은평구로 가려던 계획이었다. 열심히 매물을 살펴보고, 시장을 관찰했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처음엔 1억원 차이였다. 그다음엔 2억원. 지금은 4억원이다. 팔리면 2억원 보태기로 했는데, 지금 가격으로는 6억원을 더 보태야 한다. 더 이상의 갈아타기는 현실이 아니다.

필자가 특히 관심 있게 봤던 것은 이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천과 서울, 경기도 사이의 격차가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데이터에 다 나와 있다. 공급 과잉이라고만 하면 너무 피상적인 분석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수도권 내 위계 재편성(hierarchy reordering)이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면 인천은 왜 이렇게 고르지 않은가

가장 직관적인 데이터부터 보자. 지난해 인천의 아파트 거래량의 78~85%가 6억원 이하의 매물에 집중되었다. 이게 뭐가 문제일까? 단순하게 보면 “아, 인천은 저가 주택이 많구나” 정도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이건 엄청난 문제를 시사한다.

왜냐하면 주택 시장의 ‘고급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어떤가? 분당은 어떤가? 고가 매물 비중이 계속 올라간다. 사람들이 점점 더 비싼 집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시장 자체가 수직 이동(vertical movement)한다. 그런데 인천은 계속 바닥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6억원 이하 가격대에서 신고가를 기록한 인천 아파트는 1.6%에 불과했다. 이제 이 숫자의 의미가 보이는가? 가격 상승을 경험한 거래의 대부분이 같은 저가 대역대 내에서의 ‘소폭 상승’이라는 뜻이다. 반면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은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시장의 중심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

공급이 문제라고? 절반만 맞다

많은 분석가들이 “인천은 공급이 너무 많다”고 진단한다. 맞다. 인천은 지난해 2만5713가구가 입주했는데 수요는 1만4987가구였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했다. 올해도 내년도 계속 공급 물량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급 과잉은 ‘단기적’ 문제인데, 인천의 문제는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AI 개발을 하면서 학습한 게 있다면, 단순한 입력값 하나만으로는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중 인자(multiple variables)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인천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공급 과잉도 있고, 심리도 있고, 입지도 있고, 개발 잠재력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공급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지금 안 사도 나중에 싸게 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럼 수요가 더 죽는다. 수요가 죽으니 가격이 안 오른다. 가격이 안 오르니 투자 가치를 못 본다. 투자 가치를 못 보니 추가 공급을 ‘정상 가격에’ 판매할 수 없다. 이것이 악순환이다.

서울은 광풍, 인천은 한숨

현상의 차이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보자.

서울은 어떤가? 작년 매물이 13만7427건에서 올해 9만7995건으로 28.7%나 급감했다. 시장이 ‘난리’난 것이다. 남은 매물을 두고 여러 명이 달려들어 가격이 수직상승한다. 투자자도 몰려오고, 실거주자도 몰려온다. 공포감이 작용한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사겠지”라는 심리 말이다.

인천은? 매물이 5만681건에서 5만881건으로 0.3% 증가했다. 거의 변화가 없다. 아니, 조금 늘었다. 직전 연도보다 매물이 더 많아진 지역은 전국에서 인천, 광주, 강원뿐이다.

현장의 부동산 중개인들의 말을 들으면 더 생생하다. “손님들이 와서 물어보긴 한다. 근데 대부분 분양을 기다린다”고 한다. 왜? 지금 사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새 건물도 많이 나오고, 지금 사도 가격이 안 올라가니까. 이것이 시장의 심리 구조다.

검단신도시의 ‘대장 단지’도 가격이 떨어진다?

이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호우금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단지들이 있다. 검단신도시의 최고급 단지들이다. 호반, 우미린, 금호, 푸르지오. 정말이지, 제일 좋은 단지들만 모았다.

‘우미린더시그니처’는 아라역 바로 앞이다. 위치만 놓고 보면 서울 지하철역 앞 단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1호선 환승이 가능한 강점도 있다. 그런데 이 단지는 작년 1월 7억5000만원(84㎡)에서 11월 8억1500만원으로 올랐다가, 올 1월에는 다시 7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신고가를 기록했던 바로 다음 달에 떨어진 것이다.

‘검단신도시푸르지오더베뉴’는 어떤가? 이곳도 검단신도시 유일의 ‘1군 브랜드’ 단지다. 1군이니까 잘 팔려야 하는데? 작년 1월 7억5000만원에서 올 초 7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진짜 역사는 반복된다.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예 올라갈 시도를 포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천의 ‘최고급’ 단지마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인천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최고급 단지는 적어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소폭 올려야 한다. 그런데 최고급까지 떨어진다? 이것은 ‘극단적인 심리 위축’을 의미한다.

강남 접근성 vs 산업 생태계

자,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자. 왜 경기도 남부(수지, 분당, 판교)와 인천이 이렇게 다른가?

표면적으로는 강남 접근성이다. 수지는 신분당선으로 판교 3정거장, 강남 7정거장. 출퇴근이 쉽다. 분당은 말할 것도 없다. 인천은? 1호선으로 강남까지 가야 한다. 시간 상으로 훨씬 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산업 생태계’다. 수지와 판교 주변에는 반도체, IT 산업이 군집해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알아? 삼성,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거대 기업들과 그들의 계열사, 벤처들이 몰려 있다. 이 회사들의 임직원들 가슴에는 ‘고성과금(보너스)’ 두 글자가 항상 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들, IT 임원들의 평균 연봉과 성과금이 얼마인지 아는가? 최소 몇 천만원 대에서 몇 억원까지다. 이들은 현금이 많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 하려는 인물들이 아니다. 현금으로 산다. 그리고 자신들이 머물 지역에 투자한다.

인천 남동권에는? 공항? 물류? 당연히 인천이 특화되어 있는 산업들이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다. 고소득층을 대규모로 끌어들이는 산업이 아니다. 이것이 구조적 차이다.

분당과 일산의 역사가 다시 쓰인다

지난 20년간 분당과 일산의 격차를 본 사람이라면, 지금 일어나는 일이 낯설지 않을 거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분당과 일산은 비슷한 신도시였다. 모두 강남의 ‘대안’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분당은 강남에 훨씬 가깝고, 주변에 삼성 반도체 공장, 의료 인프라가 있었다. 일산은 상대적으로 멀고, 주변 산업이 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나타났다. 분당은 점점 올라갔다. 일산은 가만히 있었다. 지금 분당의 84㎡는 20억원대 후반이다. 일산의 고급 단지는? 15억원대다. 같은 신도시인데 5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인천과 경기 남부의 관계가 지금 그 지점에 서 있다.

구조적 재편성 vs 단기 침체

이걸 단순하게 “경기 침체” 정도로 볼 순 없다. 이것은 ‘수도권 내 위계 재편성’이다. 강남 → 분당 → 수지라는 위계가 생긴 것이고, 인천은 그 외곽에 남겨진 것이다.

이제 인천이 ‘뒤처졌다’는 느낌은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기반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입주 물량(supply)과 거래 심리(demand psychology)가 모두 한 방향으로 작용하니까, 인천이 따라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이 “공급 위축에 대한 부담이 커져 FOMO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거다. 서울은 매물이 없으니 지금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은 매물이 넘쳐나니 나중에 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심리 격차가 가격 격차로 변환되는 과정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인천의 미래는 정말 어두울까

물론 비관적만 할 건 아니다. 인천도 가능성이 있다.

첫째, 검단신도시 같은 일부 역세권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아라역은 충분히 좋은 입지다. 문제는 전 검단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세권 중심으로만 선별적 수요가 나타날 것 같다.

둘째, 인천 공항 관련 산업의 성장이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천 경제의 미래는 공항 주변 개발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셋째, 분당처럼 교통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면 달라질 수 있다. GTX-A 같은 광역 교통 인프라가 인천까지 제대로 연결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인천은 ‘전국 평균’보다는 나을 거다. 대도시니까. 하지만 ‘수도권 핵심 거점’으로는 점점 멀어질 것 같다.

인천 거주자들의 선택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이거다. 인천에 사는 사람, 인천을 고려하는 사람은 지금 뭘 해야 할까?

만약 투자 목적이라면? 솔직하게 말해서, 더 잘 오르는 곳이 있다. 경기 남부가 맞다. 반도체 산업과 강남 접근성이 있으니까. 물론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보다는 낫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여기서 만족하고 산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나중에 더 비싼 곳으로 가려고 이를 악물고 저금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인천에서 2~3년 산다면 충분히 좋은 환경이다. 교통도 괜찮고, 학군도 괜찮고, 물가도 싸다. 다만 ‘자산 증식의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이것이다. 만약 서울/경기 남부로 가야 한다면 ‘지금’이다. 내일, 내달이 아니라. 왜냐하면 격차가 매달 벌어지고 있으니까. 위의 50대 자영업자 A씨처럼 “2억원만 더 보태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결론: 위계는 재편성되고 있다

결국 이 현상은 단순한 ‘인천 침체’가 아니다. 이것은 수도권 전체의 계층 구조가 재편성되는 과정이다. 강남 → 분당 → 수지 → 인천이라는 위계가 만들어지고 있고, 각 계층 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공급 과잉, 심리 위축, 산업 부재, 교통 약점. 이 모든 게 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건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대신 향후 5년, 10년의 수도권 부동산 지형도를 결정할 구조적 변화다.

인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말하는 거다. 지난 분당-일산의 격차가 2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처럼, 지금 만들어지는 수도권 위계도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거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인 동시에, 인천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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